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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군과 1시간 내로 이치지쿠를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하는 방!
시~작!
갑작스럽지만 어둡습니다. 자고 있었을지도?
눈을 뜨면 차분한 공기와 새하얀 방.
야츠모는 갑자기 낯선 곳에서 눈을 뜨면 혼란스러운 타입인가?
야츠모
(당황... 이전에 혹시 납치당한 건 아닌가 묶여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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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 사람 티난다
다행히 묶여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다행? 히? 혼자도 아닌 것 같네요!
주변에 드러누워 있는 이치지쿠입니다. 그리고 탁자도, 소파도, 문도 일단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야츠모
(다행히... 다행히?) 네가 한 짓이야? (다짜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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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누워있다가 야츠모 보고 팔 벤다.) 이거 신뢰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돼, 아니면 좀 믿어보라고 한탄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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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신뢰? 100퍼센트 네가 벌인 짓이라고 확신할 뻔 했다. (문으로 다가가 열어본다.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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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들반들한 새것같은 철제 문.
문고리를 잡고 열어봐도 철컥이는 소리 뿐입니다. 그럼 그렇지, 편하게 열게 해 둘 리가 있나요.
이치지쿠
그거 참 고맙네. 그런데, 안 열려? 너 문 못 부숴? (과한 기대)
야츠모
나를 괴물로 봐? 인간이야, 인간~ (그래도 기대차 몸 한 번 부딪혀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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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한 소리는 착실하게 울리지만 역시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방공호냐?
야츠모
방공호냐?...
이치지쿠
우와, 나 감금에 트라우마 있는데... (하며 문짝에 다가가서...파킹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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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것도 될 리가 없습니다. 철컥이는 소리만 몇 번 울리고, 이치지쿠는 어깨를 으쓱이다 소파에 드러눕습니다.
그 옆에 있는 탁자에는 모래시계와 종이, 위험해 보이는 물건 세 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습니다.
야츠모
혼자는 아니니까 안심해~ (위험해 보이는 물건으로 먼저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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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픽은 뭘까요? 칼과 총, 독극물 같은 게 담긴 병이 있습니다.
와, 심지어 이 총 M1911야! 영화에 나오는 그거야!
야츠모
(총 찰칵거리며 손 위에서 굴린다.) 모조품? 아니, 진짠가...(시선은 종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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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진짜입니다. 무게감 익숙하지 않나요?
종이는 a4 한장입니다. 무려 궁서체로, 1시간 내로 이치지쿠를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한다고 써 있습니다.
야츠모
좋아, 시시한 장난이네. (진짜? 문 향해 조준하고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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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시야 끝의 모래시계에서 한 알이 굴러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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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문을 향해 총을 쏘면 큰 굉음이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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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봐도 어떤 흠집도 나지는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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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음.
이치지쿠
(굉음에 양손으로 귀 막았다가) ...와하, 이거 최악이로군. 거기 뭐라고 써 있는데? (기지개나 쭉 펴보며...)
야츠모
(종이 접어서 탁자 위에 내버려두고 소파에 털썩, 몸 던진다.) 한 시간 내로 널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한댄다.
원한 샀어? ...이건 그닥 의미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네~
이치지쿠
(깔리기 전에 다급하게 다리 접었다가 뒤이은 말에 하? 하고 눈만 깜박인다.)
...그건 정말 의미없는 질문인걸. (팔짱 끼고 누워서 고민하다 야츠모 위로 다시 다리 뻗어 올림...) ...흐음, 흐음, 그래애...그래서 어쩔 거야?
(자기 가리키면서) 살고 싶은 가련한 양 하나, (문 밖가리키면서) 살고 싶은 가련한 양떼 엄청 많음. 뷔페네.
야츠모
(제 위로 올라온 다리 굳이 건들지 않는다...) 세계 멸망? 그런 거 믿기지 않는 게 당연하잖아.
그리고 사람 안 죽인지 한참 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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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이 나지 않는 당신에게 한 가지 더 보여줄 것이 있다면, 이 소파 건너편의 하얀 텔레비전입니다.
저화질의 그것은 화면이 켜지자 겨우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희미하게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먼 나라를 보여줘도 의미가 없을 테니 익숙한 거리로 할까요, 이케부쿠로라던가?
화면 오른쪽 위로는 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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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이 남았습니다. 모래세계가 떨어지는 속도를 어림잡으면 비슷한 시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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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은 꽤 남아 있네요. 따라서 거리에 벌어지는 재난은, 무서울 정도로 비가 오는 정도입니다. 아직은요.
야츠모
그래, 장난... ... 이 아니면 좀 힘들어지는데.
애초에 왜 오오우나바라지? 일종의 업보?
이치지쿠
(화면과 야츠모를 번갈이 보고 나서 빙그레 웃는다.) 이거 말이 심하네?
뭐 운이 나쁜 편이긴 하지만...너는 운이 좋다고 해 줄까? 선택권이라는 게 있잖아?
야츠모
바보야? 이런 상황에 선택권은 그닥 달갑지 않다고. (자연스레 모래시계로 재차 시선이 꽂힌다.) 너라면 어떻게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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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흘러가는 검은 모래는 어림잡아, 45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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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저기, 네 인생과 세계의 존속 전부 원하면 지킬 수 있는 거잖아? 모르는 것보다야 낫지. 언제 이런 선택을 해 보겠어...
나야 상대에 따라 다르지. 재밌는 걸로 고를 거야.
예를 들어서 네가 상대면 살려놓고 망한 세상 보여주면서 너 때문에 망했다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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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소파 등받이 뒤로 고개가 넘어간다.) 완~전히 악취미잖냐. 뭐어 예상은 했지만. 혹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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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혹시가 붙는 이유가 뭐야? 당연히 살고 싶지. 본능이라고,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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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그렇겠지. 그래서 곤란하다는 거야. (그대로 천장 응시한다.)
말해두겠는데, 한 명이나 전인류나 거기서 거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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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그거 참 오만하고 본질적인 말인데... 정말? (어깨를 으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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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이 남았습니다. 소파 너머의 화면은 홍수라도 난 것 같은 거리를 보여줍니다. 건물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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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내가 뭐 대단한 신념팔이라도 했어? 아닌 거 알잖아. 아니었다면... 어디서 극악 범죄자 사냥이라도 했겠지. (바로 앉아 총 만지작거리며 스크린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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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하하하...하고 화면 구경하듯 보면서 웃어버린다.) 그러니까 곤란해지는 거야, 단세포 군. 네 삶을 결정할 만한 명제는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둬야한다고...응, 난 뭐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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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나는 나름 진지한 거라니까? (이제는 몸을 앞으로 굽힌다. 조용히 시간이나 죽이나 싶더니 입이 열린다.) ...오, 살고 싶다면 빌어볼래?
이치지쿠
야츠모 군, 갑자기 악취미라도 발현했어? (빤히 보다가 손가락 네 개 정도 들어 보인다.) 정 듣고 싶다면 레퍼토리는 많은데.
야츠모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고개 옆으로 돌려서 빤히...) 네 개?
이치지쿠
그러니까 연말 기념 방송을 듣고 싶다? (이런 비유.)
좋아, 해 보자고. (하나 접음) 애절한 버전. 살려줘, 살려 주면 뭐든지 해 줄게. 그야 인간한테 불가능한 건 들어줄 수 없겠지만 평범하게 가지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건 도와줄 수 있다니까... 물질적 회유.
(하나 더 접음) 이거는 정에 기대는 타입. 부모님이 정말 걱정이 많으셔서 매달 전화를 주시는데, 이번 달은 아직 전화를 못 받았어. 그동안 불효만 했거든. 전화라도 하게 해 주면 안 될까? 그러면 얌전히 죽어줄게...뭐 기특한 어필이라도 해보는 거네.
질렸으니까 그만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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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이 남았음을 화면과 모래시계가 알립니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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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다가 우뚝...) 중간에 관두는 게 어디있어? 알았어, 이쯤하고... 두 번째는 완전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지만!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미간 좁힌다.) 아무튼, 살고 싶다는 소리지? (괜히 다시 확인하기까지.)
이치지쿠
(표정 움직이는 걸 빤히 보다가 빙그레 웃는다.) 응, 엄청, 무지하게, 굉장히. 난 살고 싶어.
저 화면 속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말이야.
야츠모
뒷말은 필요없었어. (총 고쳐 쥔다.)
이치지쿠
무섭네, 그거. 하지만 중요하잖아? 정보라는 건.
야츠모
...어. 생각해 봤는데,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정의의 사도는 평생 못 될 것 같다... (이치지쿠 향해 총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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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이쪽을 향해진 총구를 보고 결국 소리내 웃는다.) 결국 이거야? 너무 빨리 포기하진 마. 불가능한 거 되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좋은 점이라고...
그런데, 소감은? (이미 정해진 거 할 수 없지, 같은 얼굴로)
야츠모
이야, 아쉽게 됐어. 그동안 죽을 뻔한 거 살려놓겠다고 별 난리를 다 쳤는데 말이지...
너야말로. 유언은?
이치지쿠
그거 말하기 전에 이거부터 대답해 봐. 이 다음부터도 여러 명 살리고 다녀볼 생각이야?
야츠모
가능하다면? ...
이치지쿠
그렇단 말이지. (흠, 하더니 천장 한번 본다.) 그럼 오랜만의 살인 축하해, 나는 정말이지 살고 싶었지만 말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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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이 남았습니다. 이케부쿠로 거리는 선샤인 빌딩 외에는 전부 물에 잠겨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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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그런 건 축하 안 해줘도 괜찮아. 메리 크리스마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직후 울리는 총성. 그러나 이치지쿠는 멀쩡할 지도 모른다. 아니,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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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아프다고! 전인류 목숨값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어꺠 한 방 정도면 선심 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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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가 쏜 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의 어깨를 꿰뚫었습니다. 피가 흐릅니다. 그럼요, 엄청나게 아플 겁니다...
이 와중에 모래시계는 10분이 남은 걸 가리킵니다. 이제 화면은 노아의 대홍수 수준이에요.
이치지쿠
(드물게 놀라서 눈만 깜박이다가...) ...너 말야, 그거 설마 자기에의 벌 같은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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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그건 너무 거창하지 않아? 비슷하기는 하지. 나도 죄책감이라는 걸 평범하게 느낀다니까...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였을 뿐이지만. 이제와서 용서를 구할 생각은 없고... 무신론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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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어이가 없네... (총과 어깨와 화면을 번갈아 보다가 상체만 일으켜 어깨 꾹 눌러본다.) 참 나. 세계가 멸망했을 경우의 내 예정이 소용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야츠모
아야. (눌린 어깨를 비튼다.) 예정? 뭐였길래?
이치지쿠
그야 망한 세계 보면서, 네가 멸망시킨 세계를 보는 기분은 어때라던가 물어보는 거지. (이딴 성격...)
하지만 그 대답은 지금 들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예정이 사라졌어. (백의를 벗어서 대충 야츠모에게 던진다.) 그걸로 출혈이라도 막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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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
어이쿠, (받아든 옷으로 어깨 짓누르며 소파 위로 완전히 쓰러진다.) 진짜 멸망했다면 기분이야 별로겠지만. 아까도 말 했잖아? 혼자가 아닌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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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어하는 소리가 들리고, 화면은 완전히 꺼집니다.
마지막 한 알이 굴러떨어집니다.
당신은 이치지쿠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한 명과 전 인류, 당신에게는 무게감은 비슷하겠지만...
어쩌면 눈앞의 인물을 우선한 걸지도 모르고요. 덜컹, 문이 열립니다.
문 너머에는 하얀 빛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슬슬 익숙한 이치지쿠네 집, 그리고 야츠모의 아지트입니다.
그럼 거리는 어떻게 됐냐고요? 물론, 아무런 일도 없습니다.
세계는 그저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치지쿠
(반쯤 짜증내다가) 병원 갈래, 야매 처치 해 줘? (이런다.)
야츠모
병원 의사들은 항상 귀찮은 잔소리만 한다니까. 너, 치료는 잘 했던가?
이치지쿠
가르는 건 잘 해. (그러니까 치료는...)
choice 잘한다 죽진않음 (choice 잘한다 죽진않음) > 죽진않음
(으쓱인다...)
야츠모
...좋아, 도박 해보고 수틀리면 구급차 좀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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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국 도박인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당신은 도박에선 운이 좋은 편이죠. 의외로 괜찮을지도요.
세계를 버리고 눈앞의 사람을 살렸지만, 의외로,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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