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末 @_R_U_HAPPY
new generation roman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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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장 투명한 거울 위에서
KPC 黒粋奴藻
PC 大海原九
W. 꿀비
─── ⬥ ───
“─두 사람이 함께! Two People, OK? One person, NOT OK!”

 

───1. Day tour───
오후 2시

옆 차를 타고 온 가이드가 날이 선 소리로 관광객들에게 소리칩니다.

어느 관광객이 혼자 소금 사막의 한복판으로 걸어들어간 모양입니다.
목에 카메라를 건 체크무늬의 셔츠의 남자는 머쓱한 표정을 하고 굽신굽신 고개를 숙이며 관광객의 무리 사이로 돌아옵니다.
둘이 함께 해야 한다는 건, 소금 사막의 규칙입니다. 이정표가 될 만한 것 하나없이 평평하고 넓은 이곳은, 사방을 둘러봐도 희고 흰 지평선 뿐입니다.
때문에 이 곳에 출입할 때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GPS 소지 역시 필수이며, 차 역시 한 대가 고장나면 그대로 고립되므로 이동 시 두 대가 한 쌍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 1박 2일을 지내기로 한 둘은, 가이드 차량을 따라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캠핑카 자체의 무게 때문에 이동 속도는 그닥 빠르지 않습니다.
가이드의 차량은 숙박을 하기 좋은 스팟을 향해 여행객을 따라가는 와중입니다.

가이드는 이 투어리스트들의 여행을 마치는 위치에서 캠핑을 해야 하며, 자기들도 현업이 있으니, 곧바로 그 곳으로 갈수는 없고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자신들을 따라와야 한다고 이야기 했었습니다.
가이드는 아직 불안한 듯 한 투로, 혼자 빠져나간 관광객과 여행객들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스페인 어의 억양이 제법 섞인 영어가 빠르게 쏟아집니다. 차량의 소음이나 다른 차와 이 차 사이의 거리 때문에 말은 희미하게 들립니다.
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그냥 창 밖의 풍경만 빤히 바라보면서 턱을 괴고 있다.)
cc<=20 듣기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실패

네...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별 관심은 없습니다.

“길을 잃고 소금 사막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종종 있다.” 는 내용만 들려옵니다.

大海原九

(그야 이런 곳에 뭐가 있다고, 길 잃고 못 찾으면 그대로 사망이지.) 용감하네에...

黒粋奴藻

(천천히 캠핑카 몰던 손이 핸들 위에서 멈춘다.) 그렇게 위험해? 그냥 순 얼음판 아냐? (그게 위험한 거겠지...)

大海原九

아...그래? 너 얼음만 있는 데에서 살 수 있어? 며칠?

黒粋奴藻

아니, 아무리 길을 잃는다고 해도 말이지... 사흘... ... 힘든가?

大海原九

그러니까... ('내가 왜 이걸 말해야 하지?' 같은 표정으로 다시 턱을 괸다.) 네가 엄청나게 튼튼한 건 알겠어.
이런 곳에선 기준도 없으니까 계속 헤메일 거라고.
사람은 인식에 굉장히 영향을 받는 거 알아?

黒粋奴藻

설마, 사람 하나 안 보이는 곳까지 혼자 돌아다니는 바보가 어디 있겠냐? ...
예를 들자면? (시동 끈다.)

大海原九

있나 보지? '종종'이라면 한둘도 아닌 모양인데.
('도착한 거야?' 하고 창밖을 봐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똑같은 길이라도 즐겁게 가는 거랑 긴장해서 가는 거랑 체력 소모랑 갈 수 있는 한계가 다르다는 얘기야.

黒粋奴藻

그-... 런가? (머리 긁적인다. 이윽고 먼저 차 문을 열며 한 발 내딛는다.) 뭐어, 지금은 둘이니까. (꽤 조심스레 얼음을 밟고,) 뭐든 혼자 있는 것보다는 덜하겠지...

大海原九

(뭐가 불만스러운지 다른 곳을 보고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가, 곧 폴짝 뛰어내린다. 얼음은 신경도 안 쓰는 눈치다.) 깨지면 빠지기라도 해, 여기?

黒粋奴藻

그런 건 아닌 모양인데,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그리고 무작정 뛰어내려 착지한 이치지쿠 본다.)
마음대로 하셔...

大海原九

응. (아무튼 신기하긴 해서 여기저기 자박자박 밟아본다. 깨지나?) 어차피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거면 깨져서 빠지지도 않을 텐데 어때? 게다가 조금 깨지는 쪽이 예쁠 텐데.

신발 밑창이 닿는 곳에서부터 가느다란 금이 조금씩 뻗어나갑니다. 거미줄이 생길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차에서 내리자 보이는 주변은 시릴만큼 청명한 파랑과, 하양 뿐입니다.

하늘을 죄다 반사해 지평선의 경계조차 구분이 가지않는 흰 바닥이 끝을 모르고 펼쳐져 있습니다.

그 탓에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의 무리는 구름의 이 곳 저곳에 올라탄 것 처럼 보입니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바닥에 비친 구름이 한 쪽으로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세계가 한 차례 종말을 맞이하고, 뭍의 인간들이 전부 죽어나갈 듯 암울했던 지난 세월들이 꼭 꿈만 같습니다.

관광객들이 왁자지껄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동안, 여행 가이드는 그들을 양 떼 몰듯 통솔하며 가져온 공룡 피규어나 모형 같은 걸로 원근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사진을 찍어주고 있습니다.
소금의 흰 빛과 물의 반사광이 산란하는 탓에, 선글라스가 없다면 순백을 똑바로 바라보기조차 힘이 듭니다.
자칫하면 망막을 태울 만큼의 빛무리.
그리고 옆에는, 매우 당연한 현상 마냥 동행인이 있습니다.

大海原九

(선글라스 없는 눈에는 너무 밝다. 손을 들어 눈 앞에 그늘을 만들고 가늘게 뜬 채로 왁자지껄한 사람들을 다소 거리감 있게 바라본다. 삶의 기반이 없다는 것은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요소다.)
저기 가서 서 봐, 야츠모. (조금 떨어진 곳을 가리킨다.)

黒粋奴藻

(반면 이쪽은 태평한 얼굴이다.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던 선글라스가 처음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 ...응? (가리키는 방향을 눈으로 확인한 뒤 걸어가 선다.)

大海原九

(거리감을 확인한 다음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펼쳐 야츠모를 짜부시키는...시늉이다. 그러고 나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가이드~. 여기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黒粋奴藻

하? 뭐냐? (알았다... 머리 터는 시늉 해준다.)

"나눠드린 캠핑 용품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조리할 것들이나 즉석 식품은 차량 내부에 있으니, 더 필요하실 경우 따로 연락 부탁... ..."
"아 거기! 자꾸 나가지 말라니까요!!"
... 오늘따라 한숨이 늘어난 가이드를 뒤로 하고, 둘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소금 사막에서 노는 걸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막의 낮은 온난하기 그지 없습니다.
발 아래는 약 10cm 전후로 고인 물과 두꺼운 소금의 표층이라, 마치 물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大海原九

이 정도 나가는 것도 안 되는 거야? 빡빡하네. (가이드가 있는 쪽을 보다 말고 소금의 표층을 바라보다가 문득...쪼그려 앉아서 바닥을 긁어본다. 소금이란 말이지?)

大海原九

있잖아, 야츠모 군... (초기처럼 상냥한 목소리.)
좀 와 볼래?

黒粋奴藻

(멀찍이 떨어져 있던 거리가 다시 좁혀진다.) 가랬다가, 오랬다가. 이번에는 뭔데?

大海原九

아까 거는 사진 찍는 거 따라한 거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소금이 묻은 손가락을 야츠모의 입에 쏙 넣어버린다. . .)

黒粋奴藻

?! ... ... (손가락 그대로 깨물고 바로 떨어져나간다.) 제발 그런 건 너 혼자 알아봐...
짠 맛 나냐고 물어볼 셈이지?

大海原九

...깨무는 건 아니지, 깨무는 건... (애초에 입에 손가락을 안 넣으면 될 일이다만.) 그런데. 짜?

黒粋奴藻

(혀 내민다.) 네 손가락 맛밖에 안 나... 궁금하면 직접 먹어보던가?

大海原九

그건 좀... (기억이 있든 없든 성격은 그대로 망한 모양이다.) 지금 몇 시야, 그래서?

黒粋奴藻

한... 3시...되어가는 중? (확인한 뒤 핸드폰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래도 오늘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네~.

黒粋奴藻

딱 이 정도, 물이 고여서 별이 반사될 만큼 비가 와야 하지만- 또 별을 가릴 만큼 구름이 끼어서는 안되거든.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 한 손으로 들어올리며,) 어제 비가 왔고, 오늘은 맑으니까...
사진이라도 찍으면 잘 나오지 않겠어?

大海原九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나? (물끄러미 바라본다.)

大海原九

그런 인상은 아닌걸. 이전 직업이 사진작가였다는 것도 아니었고.

黒粋奴藻

찾았으니 생긴 김에 찍어보자는 거야. 찾던 병원이 안 나온 건 아쉽지만, 사진 안 찍던 내가 봐도 이건 좋은 카메라 같고... (인상이라니? '사람 좋은 미소' 보여준다. 뒤지게 안 어울린다.)

大海原九

... ...
(친절하게 웃어준다.)
선택지를 줄게...

大海原九

제대로 된 소감을 원해, 아니면 '친절한 이치지쿠 씨'를 원해?

黒粋奴藻

저기, 선택지를 그렇게 준 시점에서 이미 글렀다는 소리 아니야?

大海原九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모를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이미 배려한 거 아냐?

黒粋奴藻

그러니까, '배려'라고 이미 말했잖아?
좋아, 솔직하게 말해 봐.

大海原九

애쓴 건 알겠는데 골목으로 데려가서 때리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만들 것 같은 안타까운 미소랄까.

黒粋奴藻

여기 골목이 없어서 참 아쉽게 됐어... (짐짓 아련한 투로 내뱉으며 하늘 올려다 본다...)

大海原九

정말 다행이지, 탁 트인 곳이라 네가 그렇게 웃어도 다들 친절하게 '아하하, 네, 좋은 여행 되세요' 하고 물러나 줄 거라는 게...
신고당할 일은 없겠네, 너. 정말 다행이야. 경찰이 제대로 일하는 세상인지는 차치하고. (그런 세상이 기본값이었기 때문에 아직 못 믿는 모양.)

黒粋奴藻

하하, 정말 다행이지. 2인 동행이 기본이라 내가 뭘 하든 너도 크게 멀리 떨어지지는 못 한다는 게.

黒粋奴藻

(신발코로 얼음 바닥 툭툭 친다. 둔탁한 소리.) 내 인상은 이제 됐고. 넌 똑똑하니까. '별의 일주'라는 거, 알지?

大海原九

(슬쩍 한 걸음 멀어진다.) 기억에는 있는데. 그게 왜?

黒粋奴藻

(문제의 '사람 좋은 미소' 다시 지어보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다거나... 이건 나라도 좀 그렇거든. 찍고 싶은 것도 좀 다르고.

黒粋奴藻

그래서, 밤이 되면... 카메라를 바깥에 오래 세워두는 방식으로 별의 일주...라는 걸 찍어 볼 생각인데.

大海原九

흐음, 그래...

大海原九

아까 안 어울린다고 들었는데 굳이 그런 미소를 짓는 이유는?

大海原九

혹시 의도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미소지었는데 그런 표정이 된 건가? (안타까운 기색이 스친다...)

黒粋奴藻

꼽 주는 겁니다, 오오우나바라 씨.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온다.)
아, 그리고 새벽에 유성우가 떨어진대.

大海原九

네가 꼽 줄 줄도 알아...?

黒粋奴藻

그렇다고 널 팰 수도 없잖냐...

大海原九

날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패? 당연한 거 아냐?

黒粋奴藻

글쎄?

大海原九

왜 이렇게 폭력적이지? 21세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힘내자?
그래서, 카메라는 이 추위에 안 얼고?

黒粋奴藻

(잠시 쥐었던 주먹 내려둔다...) 몇 시간 켜두는 정도면 괜찮을 것 같던데? 정 걱정되면 핫팩이나... 뭐라도 같이 두면 되겠지.
아무튼 새벽쯤에 이것저것 찍을 거 많으니까, 아마 난 먼저 두어시간 정도 눈 좀 붙이지 않을까나...

大海原九

흐음, 그래. (얼굴에 낙서 해야지.) 식사가 빠르겠네.

黒粋奴藻

제대로 된 식사가 가능하다면 말이야... (솔직히 별 기대도 안 한다. 말 끝 흐리며 카메라 렌즈 조정 시작.) 시험삼아 좀 찍어보실까~

大海原九

너, 요리할 줄 알아? (그보다 우리...먹을 걸 가져오긴 했나?...)

黒粋奴藻

(흠...)
cc<=55 행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실패

大海原九

(ㅋㅋ)

黒粋奴藻

(가져오긴 했는데 ㄹㅇ 즉석식품)

大海原九

(아 그건 익숙하지. 짐을 확인해 보고 차라리 다행이란 얼굴을 한다. 싱싱한 야채? 고기?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땐 먹지도 못하는 것들인 법.)

大海原九

잘 됐네...요리 편차치에 맞게 가져와서.

黒粋奴藻

..내가 너보다는 나을걸? (방금 이 말에는 자신감이 담겨있다.)

大海原九

(뭔 소리야? 하는 얼굴로 바라본다.) 무슨 근거야, 그건?

黒粋奴藻

(불리할 때는 무시하는 게 제격이다. 누구한테서 배웠다. 답변 대신 카메라를 눈높이로 들어올린다...) 거기 서 볼래?

大海原九

(기억이 없으니 정보는 부족하지만, 한쪽 눈썹을 들었다가 적당한 곳에 선다.) 그러니까 일단 해 본 말이라는 거네.

黒粋奴藻

하하하... ... 아니, 실제로 내가 너보다 나았는데? 전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인데? (찰칵.)

大海原九

네가? 칼질이라면 확실히 더 잘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요리...? (머리카락을 한 번 정리하고 나서,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거짓말하고 3초 내에 취소하면 죄가 아니니까 말야, 야츠모.

黒粋奴藻

왜 날 안 믿지? (카메라 모니터에 바짝 붙어 찍힌 사진 확인하는 중...)
너는 모르겠지만, 너... 물 끓이다 불 낸 적도 있는데? (새빨간 거짓말)

大海原九

('엄청 열심히 찍네.' 같은 말을 중얼거리면서 풍경을 한 번 가볍게 둘러본다.) ...아무리 내가 기억이 없다고 해도 그건 아니지? 내가 6살인 줄 알아? 6살 때도 그런 바보같은 실수는 안 했을 거라고!

黒粋奴藻

너 방금 스스로를 6살 미만으로 깎아내렸어...

大海原九

(짜증낸다...) 그러니까, 그런 실수 안 했을 거라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좀 더 성의있게 거짓말을 하라고, 쿠로이키 야츠모.

黒粋奴藻

아~아, 난 모른다~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 (이제는 신나는 기색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시 카메라를 든 순간...)

관광객 하나가 땅을 보고 근처를 돌아다니다, 그대로 야츠모와 부딪힙니다.
아까 가이드에게 핀잔을 들었던 사람이네요! 줄곧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사람도 없는 사막의 이 곳 저곳을 찍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이치지쿠를 보자마자 장황하고 알아 듣기 어려운 말투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옵니다.
전형적인... 오타쿠.

 

???

아아. 안녕하세요. 좋은 날씨죠. 이 곳에 오는 게 얼마나 소원이었는지, 이렇게 맑은 날씨에 오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물론 날씨가 맑더라도 제가 보고자 하는 건 보지 못하겠지만. 후...

黒粋奴藻

...? (무시당해서 뭐 어디까지 하나 보는 중)

大海原九

(뭐야, 이건. 한쪽 눈썹을 들었다가 조금 재미있어하는 기색으로 변한다. 얌전하게 있을 인상은 아닌 것 같아서.) ...아아, 네에. 보고 싶은 거라니, 어떤 거 말씀이신지. 특이한 게 뜨나요?

 

???

후후...찍고 싶은 거 말이죠. 그거 아시나요? 모든 소금사막은 아주 오래 전, 옛날에는 바다였어요. 원래는 태평양 아래에 잠겨있어야 할 땅이, 대륙과 대륙이 부딪히면서 밀려올라온 거죠. 거대한 내해. 그리고 염호를 거쳐, 바닷물이 증발 되면 이렇게 거대한 소금사막을 만든답니다. 우리는 그러니까 지금은, 바다 아래를 걷는 것과 마찬가지네요. 음. 하하. 그래서, 그래서 결국 보고 싶은 게 뭐냐면...

 

???

아...아무튼 저는 한 장이라도 더 많은 사진을 찍어야 해서 이만... 이미 동쪽과 서쪽의 사진을 찍었지만 해가 떠 있을때 다른 방위도 찍어야 하고, 그림자에 따른 변화도 촬영해야하며, 특수한 사진 기법이. 있거든요. 그럼...

그렇게 말을 남긴 뒤 유유히 떠나갑니다.

黒粋奴藻

와...

大海原九

(제 할 말만 하고 가 버리는 뒷모습을 가리킨다.) 저런 타입을 오타쿠라고 칭하는 모양이지?

黒粋奴藻

그렇지. 아주 정확했어.

大海原九

확실히 좋아하는 것만 신경쓰네, 널 치고 지나갔으면 한마디 정돈 할 법 한데 말이야. 왜냐면 너... (묵음.)
용감하네...

黒粋奴藻

...나, 뭐? 네가 더 상처준다? 야?

大海原九

그동안 살면서 많이 들은 거 아냐, 인상 얘기는? 새삼스럽네.

大海原九

너도 조심해...
저렇게 되지 않게...

黒粋奴藻

가능성은...
네가 더 높지 않나...?

大海原九

난 사진에 관심이 없는데? (으쓱인다.) 지금 열중하고 있는 건 너잖아.

黒粋奴藻

아, 사진? 난 또.
그 정도는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 라는... 그거야. 놀러왔으니 잔뜩 찍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고...

大海原九

흐~음. (그래? 하는 듯한 음성.) 예쁘고 신기하긴 하지만 어딜 봐도 다 같은 풍경인데 말야.
...뭐, 아무렴 어때. (낡고 빈 마을보다야 낫긴 할 것이다.)
여기도 바다였다니 신기한 연이군.

黒粋奴藻

바다...(괜히 이치지쿠 쪽으로 시선 한 번 더 둔다.) 사막이든 바다든 항상 떠오르는 풍경이라는 게 있는데도, 이런 거 보면 놀러다니는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大海原九

(시선에 문득 왜? 하고 고개를 살짝 까딱인다. 그대로 물이 고인 곳을 찰박이며 가로지르다가, 다시 야츠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카메라 화면을 바라본다.) 그래서, 뭐 찍었는데?

黒粋奴藻

(...) 비-밀. 나중에 인화해서 보여줄까. (카메라를 내려놓자 목 아래로 끈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가이드는 슬슬 해가 지는게 잘 보이는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둘에게 차로 잘 따라오라고 이야기 합니다.

大海原九

당연한 거 아냐? 기껏 찍었는데 안 보여 줄 생각? (마침 조금 추웠는데 잘 됐다, 싶은 기색으로 다시 차에 탄다.) 사진이라는 건 보여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활동이잖아.

黒粋奴藻

간직하는 방법도 있지. (조금 더 늦장 부리며 운전석으로 들어간다.) 감출 생각까지는 없지만...

차에 다시 시동이 걸립니다.

───2. Sunset tour───
오후 6시

자동차는 한참 자리를 이동합니다.

바퀴가 가르는 물살이 배의 꼬리 처럼 긴 자국을 남기며 뒤로 이어집니다.
차로 이동하는데도 주변의 풍경은 바뀌지 않는 수평입니다.
원근이 무뎌지는 넓은 벌판 위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점일 뿐입니다.
가이드는 어느 지점부터는 차를 멈춥니다.
그 곳은 아까보다 물이 조금 더 차 있는 곳입니다. 두 사람도 따라 차를 세우고, 아래로 내려갑니다.
해는 어느새 서쪽 하늘 가까이에 내려와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청명하고 푸르르고, 순백이었던 풍경은 연한 주홍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발목이 잠길 정도로 찬 물이 일렁이며 길고 반짝이는 해의 길을 만듭니다.
다른 사람들은 해를 배경으로 역광이 깃든 사진을 찍거나, 푸른색부터 붉은 색까지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의 색을 감상합니다.

黒粋奴藻

(차의 본네트 위로 올라가 앉는다.) 여기면 물에 젖을 걱정은 없을테고...

大海原九

(본네트에 올라서서, 앉...는게 아니라 다시 발판으로 쓰고 차의 천장 위에 옆으로 눕는다.) 너무 탁 트여서 이상한걸. 저건 안 찍어? (길게 늘어지는 햇빛을 가리킨다.)

黒粋奴藻

안 그래도... (카메라를 들어올리나 싶더니, 얼마 못 가 다시 허벅지 옆에 내려둔다.) 실은 풍경만큼 사람도 찍고 싶은데, 빛 때문에 얼굴이 잘 안 보여서. (드물게 마음에 안 든다는 낯.)
...거기에 눕는다고? (이쪽도 아예 앞 창문에 등 붙여 기댄다.)

大海原九

위아래가 똑같아서 앉아있으면 기분이 나빠. (팔을 베고 흐음, 하는 감탄사.) 뭐야, 정말로 사진에 취미라도 들린 모양이네. 그림자가 진 사진은 그것대로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는데.

黒粋奴藻

참나, 별 희한한 이유로. (그 이상 걸고 넘어지지는 않는다.) 그거야 그렇지만, 목적성이 흐려진다고 할까... 방금 그 말은 좀 있어 보이지 않았어?

大海原九

그러니까 가오 좀 부리고 싶었다고?

黒粋奴藻

어. 왜? (당당하다.)

大海原九

그럼 목적성도 말해 봐. 가오 부려서.

黒粋奴藻

... ... ...
배경과... 어우러지는... 나 놀릴 목적으로 뭔가 시키는 거 그만두라니까?

大海原九

저기, 왜 내가 뭐만 하면 너 놀릴 생각으로 그랬다고 해? 너무한 거 아냐?
그냥 내가 궁금했을 수도 있잖아? 내가 멋진 쿠로이키 야츠모 군이 궁금했을 수도 있잖아?

黒粋奴藻

아니, 그건 거짓말이다.
...진짜?

참고로 아까 보았던 낯선 사람은...

삐-삐- 소리가 나는 이상한 기계-고스트 버스터즈에 나올 것 같은-를 바닥을 향해 든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무시합시다.

大海原九

진짜, 완전 진짜. (스윽...시선이 움직인다.)

黒粋奴藻

눈 피하는데? 지금?

大海原九

그야 저기 재미있는 사람이 있잖아. 한눈 팔게 하기 싫으면 좀 더 재미있어져 봐. (기억이 있든 없든 오해 다분하게 들리게 만드는 말재간은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黒粋奴藻

(그제서야 뒤쪽 흘끔 보고서 황당하다는 듯 웃는다.) 아니... 저 사람 아직도 저러고 있네?
좋았어. (박수 짝.) 재미있는 거? 일단... 내가 얼마 전에 책을 읽었는데.

大海原九

뭔데? (시선 다시 야츠모에게로 움직인다.)

黒粋奴藻

오, 책을 읽었다는 부분에서는 태클을 걸지 않는군.

大海原九

...너... ...
그 정도로...
아니야... ... 그래, 계속 말해. (상냥한 목소리.)

黒粋奴藻

... (제 머리 가볍게 쥐어박는다.) 그랬지...

黒粋奴藻

...계속해서. 그런 말이 적혀 있더라고, 모든 사진에는 피사체를 바라보는 촬영자의 시선이 담겨있다네?

黒粋奴藻

당장 여기만 해도 굉장히 넓지만, 사진으로 찍는 건 아주 일부분이니까. 다들 좋아하는... 가장 좋아보이는 부분을 찍게 된다는 소리지.

大海原九

...헤에, 그걸 다 기억하고 있네. (그리고 이치지쿠는 누운 채 시선을 돌려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저기서 이상한 물건을 들고 떠도는 인간도 한번 보고. 그리고 다시 시선이 돌아오면 또 의미 없는 '흐음' 하는 소리.) 너도 그래?

黒粋奴藻

비슷하지 않을까? 나야 뭐, 복잡한 생각 안 하고 찍는다...고 느끼고는 있는데, 원래 이런 건 무의식적인 법이라니까...
(고개를 뒤로 젖히자 눈이 마주친다.) 사진 안에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본 어떤 새로운 세상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나라고 다를 거 없겠지.

大海原九

(흐-음. 이번엔 조금 더 길다. 그리고 몇초 쯤 시선을 맞추고 있다가 느리게 깜박이고 나면 드문 수긍이다.) ...그래, 그건 나쁘진 않네.
(시선이 느리게 돌아간다.) 그 카메라, 앞으로도 가지고 다닐 생각?

黒粋奴藻

(본네트 위를 검지 손가락으로 툭 툭 두드린다.) 아마도? 필름이 떨어지거나... 망가질 일은 딱히 없겠지만, 수명이 다하면 새 걸 마련할 수도 있고?
너도 마음에 들어할 줄 알았어.

大海原九

나 찍을 거야?

黒粋奴藻

찍어 줘?

大海原九

나 물어보고 있는데?

黒粋奴藻

찍는다? (상체를 반쯤 돌리자 렌즈가 이치지쿠를 향해 자리한다.)

大海原九

(큭큭 웃다가 그냥 렌즈만 바라본다.) 그래.

黒粋奴藻

하나, 둘~
(찰칵. 소리가 들린 뒤에도 한동안 가만히 카메라를 통해 렌즈 너머의 모습을 지켜본다.)

大海原九

(역시나 빙긋 웃는 채로 가만히 마주보고 있다가, 곧 상체를 일으켜 보닛으로 주륵, 미끄러져 내린다.) 카메라 렌즈에, 선글라스 너머로 잘 보여, 그거?

黒粋奴藻

...네 생각보다는? (미끄러져 내려오자 눈높이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한 이치지쿠를, 이번에는 맨눈으로 내려다본다.) ...흠. 안 추워?

大海原九

추워. 온통 붉은 것 치고 딱히 따뜻하지는 않군. (모자에 달린 털을 양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임시방편으로 써 보고 나서 혀를 찬다.)

黒粋奴藻

사막은 일교차가 크다고들 하지... (적어도 입은 꼴 보면 나랑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이는데. 한쪽 어깨에 대충 걸쳐뒀던 붉은 머플러 내민다.)

大海原九

(그래도 털 있는 게 더 따듯하지 않나? 붉은 머플러를 받아서 목에 둘러봤다가, 숄처럼 펼쳐 감쌌다 하며 더 따뜻한 방식을 찾는다.) 넌 왜 걸치고만 있는 거야, 그거?

黒粋奴藻

나? 내가 넌 줄 아냐? 목에 두르기까지 하면 더워질 것 같아서 관뒀다, 왜? (이리저리 움직이는 머플러 가만 보더니... 도로 뺏어서 직접 둘러준다. 물론 평범하게 둘러준 건 아니다. 아주 공들여서 리본을 묶어버린다.)

大海原九

...뭐야, 넌? 혹시 선조 중에 시베리아 쪽 계열이라도 있어? (더워질 것 같다니...하고 어이없어하는 사이 묶인 리본을 한 번. 그리고 야츠모를 한 번 빤히 바라본다.)

黒粋奴藻

...지금 개 같다고 한 거지? (리본 꽉 잡아당긴다...)

大海原九

난 네 조상 중에 시베리아 지역에 살던 사람이 있냐고 물었을 뿐인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그런 취급을 많이 받았나 봐. (그래서 이 리본 뭔데?)

黒粋奴藻

(더 잡아당긴다... 절대 혼자 못 풀도록...)
많이 받았지... 누가 제일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해...?

大海原九

(하... 단단하게 묶인 리본 목도리 보다가 만다.) 잘 모르겠...는데에?

黒粋奴藻

그래? 알 때까지 생각해 봐...

大海原九

뭐, 나겠지. (쉬운 수긍...그렇다, 왜냐면 과거니까!) 강아지가 뭐 어때서? 다들 귀엽다고 좋아하잖아?

黒粋奴藻

강아지... 뭐... 귀엽지. 귀여운 취급을 받는 거랑은 좀 다르지 않아?

大海原九

다르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黒粋奴藻

사람한테 기다리라고 한다던가... 그놈의 '하우스'... 생각해보니 이거 빡치는데?

그렇게 애먼 주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아까봤던 이상한 사람이 주기적으로 삐, 삐, 하는 감지기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만…
어쩐지 점점 야츠모에게 가까이 갑니다.
야츠모에게 가까이 갈 수록 기계에서 나는 삐, 삐, 소리는 제법 크고 시끄러워집니다.

야츠모는 이건 또 뭐야...? 하고 눈으로 욕을 하며... 낯선 사람을 쳐다보고선, 풀쩍 본네트 아래로 뛰어내린 뒤... 자리를 피합니다.

 

???

음? 이상하다...

大海原九

(빤히 바라본다.) 그건 뭔가요? 아까부터 주변을 돌아다니시는 것 같던데.

 

???

... ... ...네? 저 말입니까?

大海原九

네에, 그쪽이요.

이치지쿠, 대인기능 판정

大海原九

cc<=75 매혹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4 > 94 > 실패

 

???

(뭔진 모르겠고 그저 불쾌하기만...)

大海原九

(에라이. 그래, 세상에 기댈 건 나 뿐이다. 보닛에 팔 기대고 반쯤 눕는다.) 엄청 특이한 걸 가지고 계시길래. 게다가 일행한테 삐삐 소리가 울리기까지 하잖아요, 궁금하죠. 뭐에요? 인상 나쁜 사람 탐지하는 기계?

 

???

인상...확실히... 아, 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것보다 일행이라고 하셨나요? 아는 사이?

大海原九

네, 아는 사이인데요. (차 안쪽을 가볍게 가리킨다.) 같이 왔어요, 여행.

 

???

여행까지...오. 오오. 그렇다면 마침 잘 됐습니다, 긴급히 말씀드려야 할게 생긴 것 같거든요...
우선... (큼큼. 목 가다듬는다.) 이 기계는 말이죠,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흔적을 감지하기 위해 만든 기계예요.
흔적이 많이 묻어있는 곳에 가져다 대면 반응하는데, 사람에게 이 기계가 반응한 건, 또 이렇게 반응 정도가 큰 건 처음이네요.

大海原九

연구하고 있는 분야요... (고개를 갸우뚱한다.) 바닥을 향해서 대고 있는 걸 보면 지형이나 광석 쪽인가?

 

???

아아, 연구 분야... 이건 설명해드리기 좀 길고 난처합니다만, 그러니까... (시작됐다. 아무도 안 궁금해 한 TMI를 말하는 오타쿠식 발화.)

 

???

... (숨 고른다.) 고대의 도시에 대한 거죠. 대륙 판이 나뉘기 전의 바다는, 지금과는 대륙의 모양 자체가 달랐습니다. 초대륙을 가진 겁니다. 그 위에 세워진 도시는 판의 이동 때문에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어요. 화산활동, 지진, 쓰나미… 원인은 다양하겠죠. 예를 들자면 폼페이라거나?

 

???

그게 전설 속 도시가 아니라 실제했던 것처럼, 어떠한 도시가 실존하고, 멸망했지만…. 또 거기서 엄청난 시간이 지나면 판의 이동으로 인해 도시였던 땅이 육지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거죠.
저는 그게 이 소금 사막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거구요!
물론 억대의 시간이 지났으니 도시의 잔해는 보이지 않겠지만, 미~세한 흔적은 남아있달까...

이치지쿠, 인류학/역사/고고학/생물학 or 교육[어려움] 판정

大海原九

cc<=80 교육 (지식)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7 > 77 > 보통 성공

그냥 뭐... 그러려니... 합니다.
무언가에 열중한다는 건 멋진 일이죠....

 

???

저, 그래서 말인데...
혹시 방금 저 분이 잠을 못 잔다거나 이상한 꿈을 꾸신다면, 이 번호로 전화해주세요. 제가 관련 자료들을 보내드릴테니까요. 관심이 있으면 꼭꼭 연락 주세요.

-라고 말하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줍니다.
명함에는 미국계 대학의 고고학 박사라는 직함과 전화번호, 그리고 팩스 번호와 이메일 등이 있습니다.

大海原九

(명함을 가볍게 받아든다. 어쩐지 보통 오타쿠가 아니더라니 박사야?) 잠을 못 자는 거랑 그 울림은 무슨 관계인데요? 유령이 씌였다거나...그런?

 

???

으음... 바로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 대충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아니, 오히려 이해하지 않는 쪽이 이롭다고 할까요...

大海原九

이해하지 않으면 도울 수도 없지 않나요? 아니, 뭐랄까...
(이쯤 걱정스러운 척을 시작한다.) 갑자기 그렇게 큰 소리로 울렸잖아요? 그런 소리가 나면 누구라도 걱정한다고 할까, 금방 뭐가 벌어질 것 같고요. 미리 알아둘 주의사항이라도 있을지?

 

???

그렇게 물어보셔도, 당장은 저도 마땅한 방법이, 이게 뭐랄까, 특이 케이스?라고 할까... 이런 경우는 진짜 처음이라, 허허.
슬슬 충전도 다시 해야할 것 같고... 그쪽으로 연락 주시면 최대한 빨리 받아볼 테니까, 꼭 좀 부탁드립니다.

아, 저 사람. 튀었다.

大海原九

(튀었나...)

黒粋奴藻

...뭐라냐? (슬쩍 창문 열고 고개 내민다. 언제 들어갔대?)

大海原九

본인이 지형 오타쿠래. 번호 주고 갔어. (명함을 뒤집어 보다가 핸드폰에 번호를 눌러 저장한다.) 너 인디아나 존스 알아?

黒粋奴藻

아아? 그야 알지. 무슨 박사...그런 거 아닌가?

大海原九

고고학 박사. 그런 거 동경하는 모양이지. (명함을 적당히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창문 열어 줘. 다.

黒粋奴藻

왜? (곧 모든 창문이 내려간다.)

大海原九

(그 안으로 쏙 들어온다...) 하나면 되는데.

黒粋奴藻

아.
문이라는 게 멀쩡히 달려있다는 걸 까먹은 건 아니고? (다시 창 올린다.)

大海原九

보닛으로 올라가는 거면 몰라, 내려가면 확실하게 젖잖아. 싫어. 여기서 바로 들어가는 거면 창문이나 문이나 별로 차이 없고. (창문이 닫히자 가볍게 한숨 쉰다. 밤엔 더 추워지겠군.)

黒粋奴藻

실은 다시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역시 춥지? 조금만 이 안에서 기다릴까... (다른 관광객 무리가 있는 쪽으로 차를 약간 움직인다.)

大海原九

응. (창문 한 번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고 희미하게 서리는 김에 어깨를 으쓱인다.) 여기 있다가 나가면 밤엔 좀 덜 춥게 느껴지겠지.
(그리고 잠깐 야츠모를 빤히.)

黒粋奴藻

그거야 그렇... ...? (제 얼굴 가리킨다.)

大海原九

왜? 신경쓰지 말고 계속해.

黒粋奴藻

아니...뭐...왜...뭐?
뭐지?

黒粋奴藻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빨리빨리 말해라? ... (애써 외면...)

大海原九

난 굉장히 빨리 말하는 편 아냐? (그 와중에도 빤히 보면서 특이한 점이라도 있나 보고 있다.)

이치지쿠 심리학 판정 ㅠㅠ

大海原九

cc<=10 심리학 (1D100<=1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4 > 24 > 실패

이렇게 보면 평소랑 뭐가 다른지도 잘 모르겠는데 말이죠...
야츠모는 와중에도 겨우겨우 캠핑카를 몰아 무리의 근처에 댑니다.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3. Starlight tour───
오후 7시

그 새 해는 바닥에 닿아 있습니다. 주홍색의 하늘은 어느덧 보라빛으로 변합니다.
수평선에 걸린 채 사람들에게 마지막 황금을 드리우고 있던 빛은 서서히 아래로 사라집니다.

지평선의 경계가 거의 구분 되지 않는 탓에, 해는 마치 하늘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듯 합니다.
그리고 해가 지면, 사방에 가득 그 동안 하늘에 존재하고 있었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별무리들이 나타납니다.
별은 마치 하늘 전체를 반짝이는 천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별의 흐름이 강처럼 이어진 은하수.
사람들은 하나 둘 씩 가져온 손전등을 킵니다.
사방이 어두운 칠흑, 손전등은 마치 주변에 있는 유일한 등대처럼 직선의 곧은 빛을 하늘에 쏘아올립니다.

그 빛의 꼬리가, 마치 땅에서부터 시작된 유성 같습니다.

黒粋奴藻

...흠. (헛기침 후 목 가다듬는다.) 유성을...
...유성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잖아! 와, 그럼 미리 정해두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지?...

大海原九

너 왜 갑자기 그렇게 어색해해?

黒粋奴藻

몰라서 물어? 나한테 왜 이러지?

大海原九

모르겠는데...? (진심으로 의아해하는 얼굴로 바라본다.)
본 게 왜? 그냥 본 거잖아?

黒粋奴藻

누구든 그런 식으로 계속 보고 있으면 의식할걸? 반대로 말이다, 내가 널 종일 뚫어져라 쳐다본다고 생각해 봐라...

大海原九

('그게 왜' 하는 듯한 얼굴이다.) 보고 싶은가 보지.

黒粋奴藻

뭐...?
(한 손으로 턱 괸다.) 아니... 따지고 보면 정상적인 사고... 가 맞나? 속는 기분인데.

黒粋奴藻

이 대화를... 하려던 게 아니잖아. 그래서, 소원은?

大海原九

내 기억은 통틀어봐야 얼마 안 돼. 너도 알겠지만 저번 일 때문에 그것도 몇개는 흐리고. 당장 소원이랄 게 나올리가 없잖아. 너부터 말해.

黒粋奴藻

팍팍하게 굴기는, 기억을 찾고 싶다는 게 소원이 될 수도 있지? (이후 잠시간 말이 없다.)
(시선이 창 밖의 하늘로 꽂힌다.) 일단은... 네 상태.

大海原九

(창에 기대서 야츠모를 빤히 보던 그대로 '흐음' 하곤 잠시 말이 없다.) 기억이 없는 건 때때로 아주 억울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추구할 만한 일도 못 돼. 근간이 뒤집히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인간은 없는 법이지. (그리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잠깐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인다.)

黒粋奴藻

(대화와 대화 사이의 짧은 침묵에 고개 돌려 이치지쿠의 옆 얼굴을 본다.) 기억을 되찾는 걸 바란다고 해도 널 위한 일인지, 내 개인적인 욕심인지는 몰라. 하지만 어떻게 되던 그 망할... 수조나 어항을 찾는 버릇은 확실히 사라졌으면 하고.

大海原九

(소리내 웃는다.) 목욕탕엔 들어갈 수도 없지. 그건 좀 곤란하게 됐어. (가볍게 유리창에 머리가 부딪힌다. 둔한 소리.) 피가 그대로 남아 있는 폐병원 같은 건 찾기 어려운 법이로군.
난 소원은 딱히 됐어.
별로 빌고 싶은 게 생각 안 나. 이대로면 됐어.

黒粋奴藻

망한 병원도 결국 병원이었다는 거겠지, 남은 피를 쓰던 뭘 하던 나름 돌아갔던 모양이더라고. 덕분에 우리 손으로 떨어진 건 하나도 없었지만... (양팔로 팔짱 낀다.)
이대로면 됐다는 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야?

大海原九

(잠깐 뜸 들인다.) 그걸 굳이 되묻는다는 건 네가 기억하는 나는 거기서 '아니, 부정적인 건데?' 라고 말하는 성격이었던 모양이지?

黒粋奴藻

좀 달라~. 둘 중 무슨 답변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성격?

大海原九

('희한한 성격이군' 중얼거린다.) 소원 같은 건 뭔가 부족할 때 떠오르는 거지. 구체적이고 빠르게 떠오를수록 그래...
그러니까 역시 됐어. (진부한 소원은 내키지도 않고 말이다.)

黒粋奴藻

('그거...' 넌데? 마저 말하려다 관둔다.) 그렇다면야. 네 몫의 소원까지 내가 전부 써버리면 그만이지. (아마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아닐 텐데.)

大海原九

내가 소원을 안 빌면 그만큼 자리가 남는 시스템이었던가?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곤 그대로 편하게 기대 앉는다.) 그럼 남는 소원으로는 또 뭘 빌 건데?

黒粋奴藻

(적당히 흘려듣는다. 이런 건 생각하기 나름이랬어...) 그거? 아직 못 정했거든. 사실 지금 이대로가 좋다면, 좋은 그 상태를 유지하게 해달라고 비는 것도 소원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大海原九

그럴 텐데? (끊긴 말을 찾는 듯 되묻는다.)

黒粋奴藻

그걸 네가 아니라 내가 비는 것도 웃기지 않냐?

大海原九

(잠깐 시선 움직인다.) 하긴 넌 아까 바뀌는 걸 원했지?
네 소원 1을 소원 2로 막는 건 좀 걸작인데.
어느쪽이 이기는지 내기 한 번 걸어도 돼?

黒粋奴藻

(입을 살짝 벌린 채 표정이 굳는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어이없어하는 중이다.) 결국...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실패하는 규칙으로 괜찮은 거야...?

大海原九

유성우 별 거 아니네...

黒粋奴藻

...
유성우도 들으면 억울해할 걸...

大海原九

귀도 없잖아, 그거? 돌이잖아? (그리고 차 옆을 뒤적이다가 보온병에서 차를 꺼낸다. 약간 서늘해서.) 뭐, 좋아, 그럼 '지금 이대로이길' 정도로 할까.

黒粋奴藻

감성 없는 자식. (마찬가지로 종이컵 하나 꺼내 내민다.) 그 정도면 괜찮겠지, 해석하기에 따라서 소원이 소원을 먹어치우는 황당한 일도 없을 수 있고...

大海原九

지금 네가 나한테 감성 따지는 거야? (어이없다는 듯 되물으며 종이컵에 반절 정도를 따라주고 보온병 뚜껑에도 따른다.) 어차피 세상은 소원이 서로 잡아먹고 하나만 이겨... (꿈 없는 소리나 해주고 있다.)

黒粋奴藻

지금 하는 말만 들으면 너 완전 꿈도 희망도 없는 어른인 거 알아? (이후 별 생각 없이 컵에 담긴 차 들이키다 바로 컵에서 떨어진다.) 아! 뜨...

大海原九

(옆에서 비웃음 소리가 난다.) 방금 보온병에서 따른 걸 바로 마시는 바보가 어디 있어? 너 혀 그렇게 강해?

黒粋奴藻

...보온병 성능 좋은지 몸소 테스트해주는 중이잖냐... (입가 문지른다.)

大海原九

응, 고마워? 덕분에 난 입 안 데이겠다. (뚜껑을 살살 흔들면서 내용물을 식힌다.) 그런데 너 말이야.
너 원래 이렇게 바보였나... (정말로 진심으로 고민하는 중이다.)

黒粋奴藻

네가... (꺼림칙한 외계인이라도 보는 듯이 차 담긴 종이컵을 응시한다.) 매번 바보라고 해준 덕분에 진짜 바보라도 된 거 아닐까.

大海原九

난 그렇게 많이 바보라고 한 적 없는데? (기억 잃기 전의 일은 예상이 가면서도 나몰라라다. 손을 들어 야츠모의 이마를 꾹 눌러본다.)

黒粋奴藻

아. 왜. (누른 만큼 고개가 뒤로 밀려난다.)

大海原九

열이 있으면 머리가 안 돌아가는 법이잖아? (열은 없는 모양이지, 손을 떼고 쥐었다 펴본다.) 바보는 행복하다던데...

黒粋奴藻

그렇다면 난 애매한 바보로 괜찮을 것 같은데. (딱히 부정은 안 한다.)

大海原九

(이치지쿠는 야츠모를 보다가 눈을 가늘게 뜬다.) 오늘 이상한데. (정확히 어디가,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지만. 내용물이 다 식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한모금 마신다.)

黒粋奴藻

그러셔? 너는 항상 이상했던 주제에. (비난의 의도는 없는지 표정이 퍽 나쁘지 않다. 적당히 식은 차는 원샷.)

黒粋奴藻

(그리고 다시 창밖을 확인하더니.) ...아, 슬슬 가이드도 돌아가려는 것 같은데... 잠깐 물어볼 게 있거든. 다녀온다?

大海原九

(시선 이동.) 뭔데? 일정?

黒粋奴藻

으~음, 일단은 여기서 머무를 생각이니까, 허가는 떨어졌는데... 확인차? 주의사항이라던가.
(운전석 문 연다.) 정 궁금하면 따라와도 상관 없지만, 밖에 꽤 춥다?

그렇게 야츠모는 관광객들이 돌아가기 전, 잠시 가이드와 이야기를 해 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뜹니다.
짧은 시간동안 둘은 몇 마디 나누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어쩐지 가이드의 표정이 불안해 보입니다.
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cc<=20 듣기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 > 9 > 어려운 성공

"여기서 숙박하시는 것 자체는 괜찮아요. 동쪽과 서쪽의 시야가 전부 비어있어서 별의 일주를 찍기도 좋고, 또 마침 그믐달이라 별도 잘 보일 거구요."
"그렇지만 절대로 여기서 멀리 가지 말고 꼭 여기 있으셔야 해요. 그래야 선라이즈 투어를 할 때 찾으러 올 수 있으니까요. 소금사막은 너무 넓어서 여기서 길을 잃으면 큰일 나요."
가이드의 얼굴에서 잠시 고뇌하는 낯빛이 스쳐지나갑니다.
"...여기서 숙박하시거나 여행오시는 분들 중에, 길을 잃거나 실종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여긴 지반이 안정적인 곳이지만, 아예 사막에 구멍이 있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들어가면 시체도 못 찾아요."
"그러니까 꼭 GPS 켜시고요, 무조건 여기 계셔야 해요. 사막이라 밤에는 제법 추워지니까, 조심하시고요."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꼭 둘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혼자 있으면 안돼요."
...
야츠모가 캠핑카로 돌아올 쯤이 되자, 사람들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해가 질수록 기온이 빠르게 떨어져 내려, 이제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입김이 나오고, 수면도 금방 얼 듯 합니다.
여행객들은 길이 전부 얼어서 이동이 불가능해지기 전에 돌아갈 예정인 것 같네요.
가이드는 두번 세번에 걸쳐 “꼭 이 곳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내일 선라이즈 투어를 진행하면서 데리러 올테니까요.” 라고 다짐합니다.
여행객들의 차량에서 나오는 불빛이 서서히 멀어지면 어느새 그 불빛은 하늘과 바닥에 떠 있는 별처럼 작아지고, 이내 사라집니다.

黒粋奴藻

이것저것 걱정도 참 많으시다니까, 그럴만하다는 것 정도는 이해했지만 말야...

야츠모는 별의 일주를 찍을 준비를 합니다.
별의 일주를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오래 바깥에 세워 둬야 하는데, 얼음이 얼기 전에 설치해야 한다며 캠핑카 내부에 넣어두었던 삼각대와 핫팩, 여러 이름 모를 촬영 장비를 가져와 세팅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모두 사라진 깜깜한 벌판 속에서 별은 더 빛납니다.
촬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캠핑카 내부조차 조도가 낮은 조명만을 사용합니다.

黒粋奴藻

...이게 맞나? (본인이 설치하고도...)

大海原九

(하늘만 올려다보면서 구경하다가 슬슬 지루해졌는지 하품을 한번 한다.) 그건 또 다 뭐야? 많이도 챙겼군. 이거 하나 찍으려고 그 사이에 배우기라도 했어? (카메라 한번 기웃거리고 본다.)

黒粋奴藻

맞아, 생각보다 빨리 익혔지? 심지어 좀... 있어 보이지 않아? (퍽이나.)

大海原九

퍽이나... (그대로 말하다가 맘을 고쳐먹었는지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휘파람도 불어 줘?

黒粋奴藻

(대놓고 도중에 바뀐 태도에도 토달지 않는다.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뿌듯한 눈치다.) 그래주면 고오맙지.

大海原九

(진짜로 한 번 휘파람 불면서 '아이. 멋지다.' 하고 약간 놀리는 듯한 덧붙임.) 아무리 손으로 고치는 거래도 그걸 이 사이에 기억하다니 정말 찍고 싶었나 봐, 그 별의 일주라는 거. 갑자기 꽂히기라도 했어?

黒粋奴藻

(만족스럽게 고개 끄덕인다.) 기념품이랑 비슷해, 여행지에 가면 그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거 하나쯤 갖고 싶어지잖아. 이참에 여기서만 찍을 수 있는 사진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싶었고...
(얼어서 살짝 벌개진 귀 감싸고 캠핑카 내부로 향한다.)

大海原九

(세팅 잘 된 카메라 한 번 물끄러미 보다가 몇 번 쿡쿡 건드려 본다.)
이제 잘 거야?

黒粋奴藻

(하품.) 어어, 슬슬 좀 자두려고...
...그거 건들지 마...

大海原九

(물끄러미 보다 청개구리 심보로 또 몇 번 쿡쿡 찔러본다.)

黒粋奴藻

얌마.
별을 잘 반사하려면... 얼음이 매끈하게 얼어야 하니까, 조금만 세게 걸어도 위험하다고. (오라는 듯 손짓한다.)

大海原九

조금 깨지는 건 그거대로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나? (사진에 크게 흥미가 없으니 오래 가지고 놀 만한 흥미는 없다. 곧게 반사되는 발 아래의 얼음을 발끝으로 직 그어 흠집을 남기고서야 끄덕이곤 캠핑카로 돌아온다.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아서 발치가 싫은 탓이다.)

黒粋奴藻

(한 마디 하려다 관둔다. 이상하게 보기에 나쁘지 않아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따 정신차리고 있어야 하니까~ 조금 잘 건데, 넌 심심하지 않겠어?

大海原九

(캠핑카 앞에 잠깐 멈춰서서 생각하다가 그냥 코끝을 목도리에 묻고 안으로 들어선다.) 취미가 딱히 없다는 건 정말 지루한 일이군. 슬슬 만들어야겠어.
(그리고 잠시 야츠모를 빤히 보며 고민한다.)
지금 네 건강과 정신머리 수준을 최대 100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黒粋奴藻

취미? (고민하다 말고,) ...아?
이건 또 무슨 질문이지? 한... 99?

大海原九

그럼 왜 자?
그냥 버텨. 심심해.
(진심으로 안타까운 얼굴로) 취미가 사람밖에 없는 인간은 정말 안타깝지 않아?

黒粋奴藻

...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채 웃음을 흘린다. 비웃음보다는 해탈한 자의 그것에 가까웠다.)

黒粋奴藻

네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 안타깝다는 표현을 쓰는 건 무슨 기분이야? ...

大海原九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투다.) 안타까운 기분이지 그럼 무슨 기분이야?
세상이 나한테 뭔가...배상해야 하는 것 같다...정도?

黒粋奴藻

나는 세상이 배상해야 하는 것들을 전부 나 혼자 짊어지는 기분이다...

大海原九

저런... ... (꽤나 진심이다.)

黒粋奴藻

도중에 잠들어도 뭐라고 하지 마.

───4. Night tour───
저녁 11시

黒粋奴藻

(커피 포트 전원 킨다.)

大海原九

(화장실의 따뜻한 물을 틀어서 손을 담근다.) 커피 끓일 거야? (좀 웃고.)

黒粋奴藻

...아니! (어째 지는 기분인데.) 히터만 돌리면 건조하니까, 가습기 대용... ...하.
(커피 믹스 하나 꺼낸다.)

둥그런 부분의 문이 벽 안으로 들어가도록 구성된 화장실입니다. 안에는 간단한 세면도구와 변기가 있습니다.
바깥으로 난 창은 커튼으로 가릴 수 있게 되어 있고, 환기팬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화장실 내부는 조금 쌀쌀해도, 물은 따뜻하네요.

大海原九

(5분 동안 뜨거운 물에 손을 데우고 나면 손을 먼저 씻고 세수를 한다. 얼굴 위가 차갑다...) 너무 추운거 아닌가. (투덜거리면서 커튼을 걷고 조리대로 간다. 과자는 있으면 좋겠네.)

포트에서 뜨거운 물이 끓고 있는 조리대입니다. 차량의 히터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실내는 약간 건조합니다.
조리대 아래에는 냉장 및 냉동고가 있어 간단한 음식 역시 준비 할 수 있고, 그 옆에는 개수대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대가 있습니다.
이치지쿠, 행운 판정

大海原九

cc<=35 행운 (1D100<=3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 > 9 > 어려운 성공

아, 마침 딱 원하던 종류의 과자를 발견합니다. 이걸 챙겨오다니... 센스 있는 자식.

黒粋奴藻

(끓은 물에 커피 가루 털어넣고 섞는다...) 배고파?

大海原九

추우면 입이 심심해. (가끔은 먹지도 않는데 씹는 것도 있다...과자를 두세개 집어 들고 테이블 옆 의자에 풀썩 앉는다. 실내인데 아직도 목도릴 하고 있다.)

黒粋奴藻

웬일로 뭘 자꾸 집어먹나 했네. (따뜻한 컵 옆면을 이치지쿠의 목, 그리고 목도리의 틈에 가져다 댄다.)

잡동사니들이 가득 얹혀진 테이블입니다.
자신과 야츠모의 핸드폰이나, 여분 배터리, 운전 중에 먹었던 간식 같은 것들이 올라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공부를 했는지 빼곡하게 무언가가 적힌 노트가 보입니다.

大海原九

(갑자기 닿은 컵에 잠깐 움찔했다가 따뜻한지 가만히 있는다. 노트를 뒤적인다.) ...이건 또 뭐야?

黒粋奴藻

(와중에 한 손은 제 휴대폰만 슬쩍 집어간다.)
자...
내가 공부를 했어.

大海原九

(야츠모를 한참 보다가 노트를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네가...?

黒粋奴藻

그래, 그게 네 반응이지...

大海原九

왜...? 아니지. (손가락 까딱인다.) 이마 다시 대 봐.

黒粋奴藻

안 아프거든?

黒粋奴藻

(컵까지 들고 떨어진다.)

大海原九

그렇게까지 과민반응하면 의심스러운 거 알아? (좀 뚱한 눈이 컵을 따라간다. 괜히 목도리만 대충 다시 멘다.) 아니면 학생때 실은 모범생이었어?

黒粋奴藻

네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는 절대 믿지 못할 발언이었다, 그거... 여기서 '사실 모범생이었다'고 하면 절대 안 믿을거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던가. (괜한 커피 홀짝인다.)

大海原九

네 어딜 봐야 모범생 소리가 나올까...? (깊이 기대 앉아서 과자 봉지 하나 뜯는다.) 졸업앨범이라도 가져왔어, 너? 그럼 줘 봐.

黒粋奴藻

안 가져왔지... 네 집 구석에 굴러다닐 텐데. 그 무거운 걸 들고 다니라고? (뜯긴 봉지에서 먼저 과자 하나 쏙 빼간다.) 이걸 봐달라고, 이걸. (노트 툭툭.)

大海原九

(천천히 시선 내려 노트를 본다. 적당한 손짓으로 몇 페이지 넘겨보는데...)

이번에 떨어지는 유성에 관한 메모들이나,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적어둔 메모들이 가득 적혀 있습니다.

─────별 사진을 찍는 법─────
깜깜하고 맑은 밤하늘, 주위에 높은 건물이나 산이 없는 사방이 트여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다. 또한 월령 및 월출몰 시간 등을 확인하여, 가능한 밤하늘이 어두운 시점을 택하여야 하며 주변의 불빛은 적게 유지해야한다. 하늘을 넓게 잡을 수 있는 광각 렌즈를 사용하며, 카메라는 물론이고 별을 제외한 피사체가 흔들리거나 방해되지 않는 곳이 좋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별은 1시간에 15˚씩 원을 그리며 하늘을 이동하는데, 이를 별의 일주라고 한다. 별의 일주를 찍기 위해서는 삼각대를 사용하여 카메라를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해야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인터벌 촬영으로, 필름 카메라는 벌브 촬영으로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놓은 채, 한참을 노출하는 것으로 여러 시간 같은 자리에서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하다.
...까지가 대충 보고 옮긴 것.

아래에는 야츠모의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디지털 카메라가 망가질 수 있으니 필름 카메라 사용.
※촬영 중, 피사체나 카메라가 흔들리거나 앞에 무언가 지나가면 사진이 망가질 수 있음.
※혜성이 떨어지는 시간은 새벽 5시지만, 얼음이 언 뒤로는 중간중간 카메라를 확인해야 함
※새벽 5시 부터는 디지털 카메라 장노출로 혜성 사진 촬영.

열심히 쓴 것 같기는 한데...

大海原九

(정말 왜 이렇게 열심히 쓴 거지, 싶은 기분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노트를 몇 번 다시 처음부터 펼쳐본다.) ...그래... ... 공부했네. 꽤 열심히... (진짜 왜?)

大海原九

...잘 했어? (애매한 칭찬.) 5시에 깰 거야?

黒粋奴藻

아마? 이르면 4시... (방금 마셔댄 커피가 무색하게 연신 하품한다.)
아... 진짜 안되겠다. 좀만 눈 붙인다?

大海原九

커피도 소용이 없군. (노트를 도로 덮고 운전석으로 가며 묻는다.) 알람은 맞춰 둔 거야?

黒粋奴藻

어, 당연히... 뭣하면 깨워줘도 고맙고. (이쪽은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이불도 안 덮고 그대로 엎어졌다.)

大海原九

네 지금 모습을 보면 깨워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할 것 같지만 말이야. (시동이나 난방 켜 있나 확인해 본다.)

오전부터 밤까지,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내내 앉아있었던 운적석입니다. 의자 자체가 돌아가, 방향을 전방으로도 후방으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운전석에는 GPS와 내비게이션 장치, 온도조절계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기름이나 다른 상태 표시 등 역시 멀쩡합니다.
현재 온도는 실내 24도, 실외는 영하 10도인듯 합니다.
야츠모는 침대에 눕기가 무섭게 잠에 들었습니다.

大海原九

(gps를 먼저 확인해 본다. 뭐가 뜨고 있지?)

내비게이션과 GPS 모두, 살펴볼 경우 지금 차량이 소금 사막의 한 가운데에 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민가까지는 약 150km를 달려야만 합니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흰 벌판, 소금사막 뿐이네요.
왜 이 곳에서 실종자가 많다는지 이해할 수 있을만한 모양새입니다.

大海原九

(조금만 이 차에서 멀어지면 어디가 어딘지 알 표식도 없고, 영하 10도면 기계도 배터리가 금방 닳을 테고. 악순환이로군.) 이건 충분히 있나? (물탱크를 한 번 본다.)

샤워 및 조리에 사용하는 물이 담겨 있는 물탱크입니다.
확인해보면 아직 넉넉하게 가득 차 있습니다.

大海原九

(내일까진 충분하겠네. 그리고 테이블에 앉아서 잠시 야츠모가 공부해둔 노트만 몇 번 다시 뒤적이다가, 결국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침대로 간다.)

大海原九

(선반 1에 올려진 노트북만 안 봤으면 그대로 누웠겠지.)

大海原九

(당연한 듯이 뭔가 있나 눌러본다.)

여벌 옷과 여행에 필요한 생필품이 가득 담겨있는 선반입니다.
위 쪽에는 충전 중인 노트북이 놓여 있습니다.
배터리는 짱짱하지만, 인터넷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야츠모가 여행을 하는 도중 찍은 사진을 옮겨놓은 것이 가득합니다.
낮에 찍었던 사막의 풍경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이치지쿠가 찍힌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大海原九

(아마 풍경 사진만 있었음 적당히 노트북을 떨궈놨을 수도 있겠다. 흐음, 하고 다른 사진이 있나 하나씩 넘겨보다가 다시 인터넷을 연결 시도해본다.

사진들을 넘기던 와중, 차 위에서 찍었던 이치지쿠의 사진과 눈이 마주칩니다.
이런 표정으로 웃었던가요? 노을이 지며 해의 위치가 기울어 빛과 그림자로 뒤죽박죽이지만, 얼굴의 미소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핸드폰을 테더링하면 인터넷에 접속 됩니다. 평범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大海原九

(솔직하게 말하면 기억이 있든 없든 이치지쿠는 본인의 웃는 얼굴과는 꽤 거리감이 있다. 현재만 놓고 따지면, 말 그대로 웃을 일이 그리 없었으며 그걸 굳이 들여다볼 일도 없었다는 게 이유이고...더 나가면 그것을 본 게 사진이라는 매체에, 찍은 사람의 문제도 있었다. 그는 짧게 대화를 반추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은 별달리 들지 않았지만, 보거나 찍히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자주 있거나 이미 겪은 경험이겠지.)

大海原九

(시선이 문득 인터넷 연결 마크로 가 닿는다.) ...아하, 핸드폰은 무사히 사용 가능하고. 이런 데서는 통화가 잘 안 되기도 한다던데. (그건 아닌 모양이지. 인터넷이 켜진 김에 소금 사막에 대해 한번 검색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로 불리며, 낮에는 푸른 하늘과 구름이 사막에 투명하게 반사되어 절경을 이루고 밤에는 하늘의 별이 호수 속에 들어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해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한 차례 종말한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거울을, 하늘을 걸으며 그 위에서 다시금 희망을 되새긴다...
아래로는 가이드에게서 들었던 것과 같은 주의사항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大海原九

(별다른 건 없군. 시답잖은-예를 들면, '갑자기 공부하기 시작하는 사람' 같은 걸 쳐보면서 나온 글을 몇 개 읽는 등의 시간 허비를 하다가 본인도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린다.)

야츠모의 옆에 드러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츠모가 누워있는 방향에서 괴로운 듯한 신음소리가 들립니다.
야츠모는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뒤틀고 있습니다. 아주 괴롭거나 끔찍한 꿈을 꾸는 모양새입니다.

大海原九

(처음에는 잘못 들었겠지 싶어 눈을 감았다가 뒤척이는 기색에 다시 고개를 든다. 설마 지금 악몽이라도 꾸고 있나?) ... ...?
감기...가 더 가능성 없게 느껴지잖아, 세상에. (쿡쿡. 찔러보고 무슨 얘길 하나 귀를 가까이 대 본다.)

사경을 헤매는 사람처럼 괴로워하는 탓에, 겨우 내뱉은 말들도 알아듣기 힘듭니다.

大海原九

그냥 악몽만으로 이럴 수가 있다고? (이마를 가볍게 짚어본다. 오늘만 아마, 네 번째다.)

이마는 뜨겁기보다 오히려 차갑습니다. 이질적입니다.

大海原九

... (그즈음 이치지쿠는 낮에 본 웬 교수를 떠올린다. 마침 잠이나 꿈에 대한 얘기를 했으니까. 눈을 가늘게 뜨고 이마에 손을 올린 채 핸드폰을 켜 연락한다.)

통화가 연결되는 사이, 야츠모가 크게 숨을 들이키며 눈을 뜹니다.
눈동자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매료감이 가득합니다.
1D4 (1D4) > 4

黒粋奴藻

(제 이마 짚어보고 고개 흔든다.) 가위 눌려본 게 얼마 만이지?...
뭐어... 어차피 카메라 보려면 이쯤에 일어나야 했으니까... (누군지 모를 상대와 전화 연결 중인 이치지쿠 보고 한 손 흔든다.)
잠깐 잠 좀 깰 겸 확인하고 올게, 추우니까 안에 있어.

大海原九

(야츠모의 이마에서 손을 떼고 핸드폰 아래를 살짝 가린다.) 무슨 꿈을 꾼 거야, 대체?

黒粋奴藻

뭐... 그러게, 무슨 내용이었지? 기억은 안 나는데. 대충 악몽 아니었을까? (침대에서 몸 일으킨 뒤 장갑과 겉옷을 걸친다.)
꿈자리가 사나웠나.

大海原九

대충 악몽이라기엔 곧 죽을 것처럼 굴길래 네 번째로 네 이마를 살펴본 참이었는데. 그거 아니? 오히려 굉장히 차갑던데. (그리고 무의식중에 달라는 듯이 손만 내민다.)

黒粋奴藻

차가워? (재차 이마 짚어보나 모르겠다는 듯 고개만 까딱인다.) 추워서 그런가. (그리고 내밀어지는 손에는...) ...?

大海原九

손. (반 박자 늦게.)

黒粋奴藻

아. (손 내민다.)

大海原九

이마만 차가워진 게 아니라면 네 체온 자체가 바뀐 걸 텐데 스스로 짚어서 의미가 있는 거야? (평소에 비해 어떤 체온일까?)

평소에도 따뜻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비교적 서늘한 이치지쿠가 만졌음에도 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여전히 주변 기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黒粋奴藻

(손 치운다.) 다녀온다? 됐지?

大海原九

(그럼 내 손도 차가워졌어야지. 눈만 한번 가늘게 뜬다.) 알았어.

黒粋奴藻

뭐야, 그 얼굴은.

짧은 대꾸 후 문을 열고 나서자, 그 잠깐 사이에도 찬 공기가 들어와 한 차례 내부를 휩쓸고 지나갑니다.
얼음은 제법 얼었는지 야츠모가 올라서도 문제 없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줄곧 이어지던 연결음 끝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 아-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하던 연구를 마저 끝내느라 확인이 늦었네요. 그래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大海原九

...아아,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전화했다니 짐작하셨을 것 같지만.
아주 괴로워하면서 악몽을 꾸던걸요...그 사람.

 

???

- 그 사람, 그 사람이라면... 아하! 역시 제 짐작이 맞았던 모양이군요, 큼큼.

 

???

- 지금부터 잘 들으세요. 아마도, 제 연구에 따르면, 그 꿈은... 그 꿈은, '아주 위대한 존재'가 정신이 예민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에요.
- 그 꿈에 잠식된 사람들은 어떠한 깨달음을 얻고,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온 정신을 바치고 미쳐버리기 마련입니다...

 

???

- 저..는, 그 사람이 그렇게 영향을 받은 이유가, 그 소금 사막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 그곳은 아주 오랜 옛날에는, 위대한 옛 것이라고 불리는 어떠한 고등 생물의 도시였으리라 추측되거든요.

또한, 관련 자료를 이치지쿠에게 보내줍니다. 그것은 어떠한 고문서의 일부를 PDF로 정리해둔 것인듯 합니다.

─────잔투의 서판 일부─────

고문서를 정리한 듯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영어로 된, 적어도 100년은 된 듯한 출판물입니다. ‘추측에 의거한 번역’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며 소책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태평양에서 발견했다는 흑옥 서판에 새겨진 기호를 번역한 것입니다. 저자는 그 기호들이 고대 무 대륙에서 사용했던 고등 문자인 나칼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나칼어로 적힌 크툴루를 숭배하는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과, 낯선 사람이 단 주석이 적혀 있습니다.

『르뤼에는 태평양 한 가운데 있었던 무 대륙에 존재하던 고대의 도시이다. 이 도시에는 위대한 옛 것들이 크툴루를 숭배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각변동 때문에 무 대륙은 아래로 가라앉고, 고대 문명의 잔해 또한 바다 깊은 해구 안으로 말려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거기서 또 세월이 오래 지난 나머지 바다 아래 잠들어 있어야 할 르뤼에의 땅 일부가, 바깥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 소금사막은 선사시대 때 태평양에 가라앉았다고 알려진 르뤼에의 작디작은 일부로 바다에 가라앉았던 도시가 융기와 침강을 반복해 내륙 안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수천만년, 어쩌면 억대의 세월이 지난 탓에 이 곳은 겉보기에는 그저 아름다운 벌판으로 보이지만 이 소금 사막에는 지워지지 않는 르뤼에의 흔적이 있고, 검은 문 안에서 살아 있는 죽음을 이어가는 위대한 옛것들이 있다. 이 소금사막에서 유독 길을 잃고 죽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위대한 옛 것들이 남긴 흔적들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저 수천만년 전의 자기장 같은 자취만으로도, 사람들은 쉽게 홀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위대한 옛것들은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별들이 제자리를 찾았을 시에는 하늘을 통해 하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별이 어긋나 있을 때는 존재할 수 없다. 옛 것은 셀 수 없는 수백만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아 만을 간직한 채, 어둠속에서 깨어있는 상태로 누워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수천년간 수 많은 사람들은 아무 문제 없이 이 소금사막을 거닐 수 있었지만...』
『혹시 언제 어느 곳에서든 별이 제자리를 찾게 된다면 이 곳은 차원의 틈을 넘어 르뤼에로 통하는 검은 문의 입구를 드러낼 것이다.』
『위대한 크툴루는 자신의 숭배자가 검은 문을 열어, 자신을 잠에서 깨워주기를 바라고 있을게 틀림없다.』

이치지쿠, 이성 판정

大海原九

cc<=60 이성체크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 > 8 > 대단한 성공

이성 차감 없음

 

???

- 자료 보내뒀습니다, 확인 하셨나요?

大海原九

(잠시 핸드폰을 귓가에서 떼어 자료를 읽다가 대답한다.) 네에, 전에 봤다면 정말이지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할 만한 내용들이요. 하지만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건 중요하죠. 감사합니다. (이게 감사 인사인지 뭔지.)
별이 제자리를 찾는다는 게 뭔지 아시나요?
별자리인가?

 

???

- 으음, 방식에 따라 다를 것 같지만, 대부분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됩니다. 기록에 따르면 예정된 시기는 한참 멀었는데 말이죠...
- 당장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르더라도, 별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 실체화 된 영상이나 이미지로 남는다면, 그것 또한 원인이 될 수 있겠네요.

 

???

- 참고로... 본인은 부름을 받은 순간, 거부라는 선택지 없이 위대한 것이 원하는 바를 시행 하려고 할게 분명합니다.

 

???

- 지금 할 수 있는건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얼른 소금 사막을 벗어나는 수 밖에. 하지만 소금 사막을 그대로 나오는 건 위험하니까, 일단은 해가 뜰 때까지만 버티십시오. 제가 내일 선라이즈 투어를 가는 가이드와 함께 그 곳으로 갈 테니까...
- 그 때까지 절대 둘이 떨어지지 말고 같이 있어요!

大海原九

...이미 사진 찍겠다고 밖으로 나가 버렸는데요? (이렇게 말하는 순간부터 이치지쿠의 표정은 '저 기분 별로에요' 싶은 것이 됐다.)
(왜냐고? 밖은 추운데다가, 또-뭐 하나는 본인이 원인이지만-알 수 없는 귀찮은 일에 얽혔고, 듣자하니 야츠모는 제정신이 아니라 말도 안 들을 것 같고 혼자 뭘 하는 거야?)

돌연 전화가 멋대로 끊어지며 운전석에서 삐, 하는 경고음이 울려퍼집니다.

大海原九

...잠깐, 여보세요? 저기요? (몇 번을 더 불러보다가 핸드폰을 보며 혀를 찬다. 운전석은 무슨 일이지? 손이 커튼을 걷는다.)

확인해보면, GPS의 연결 끊김 알림이 울린 것입니다.
아까까지도 분명 문제 없이 작동되던 GPS가 통신불가입니다.

네비게이션 역시 지직거리며, 핸드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됩니다.

돌연 차에 부착된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알 수 없는 곳의 노래가 굉장히 큰 소리로 울려퍼지기 시작합니다.

장엄한 클래식이 무력한 귓가를 때리는 순간,

바깥에서 돌연 눈부신 청보라빛의 빛 줄기가 스쳐지나갑니다.

───5. Shooting star tour───
새벽 3시 30분

바깥은, 별의 윤무입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두컴컴한 하늘과 얼음에 별이 점점히 박혀있었던 시야가, 사방에서 일주하는 별로 인해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입니다.

야츠모가 사진을 찍고 있던 카메라의 전방,
앵글에 들어올 법한 드넓은 빙판과 하늘에서, 별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듯한 빛무리의 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더 이상 위와 아래, 과거와 미래는 구분 되지 않습니다.

별을 탄생하게 하고 매몰시키는 인력이나 중력조차 무색해지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런 별 빛의 궤적 사이를, 야츠모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야츠모가 향하는 곳은, 원근감 하나 느껴지지 않는 거대한 검은 문입니다.
텅 비어있던 지평선 끝에, 아까는 보지 못했던 검은 문이 서 있습니다.

거리가 제법 되는데도 불구하고 산 만한 크기로 보이는 문은, 규모를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문에는 생전 본 적 없던 끔찍한 부조들이, 꼭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지옥의 문처럼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치지쿠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끔찍한 것이 저 안에 잠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문은 열어서는 안 되는 것, 손 대어서는 안 되는 불길한 것입니다.
하지만 야츠모는 그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갑니다.

大海原九

(사진의 문제인가 저 아래로 펼쳐지는 빙판의 문제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이치지쿠는 불길한 문을 보고 그 모든 고민이 무색함을 깨닫는다. 폭탄이 터지면 멈추는 게 아니라 도망가야 하는 법이다.)
(저런 거에 다가가는 걸 보니 이미 정상은 아닌 걸로 보이지만...) 쿠로이키 야츠모!

별의 굉음과 라디오에서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음악에 자신의 목소리조차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불러봐도 야츠모는 대답 없이 그저 검은 문을 향해 걸어갈 뿐입니다.

大海原九

(수조를 찾는 인간에 지금은 괴물을 깨우는 문을 열려고 하는 인간이라니, 제정신이 하나도 없군! 다시 입을 열다가 귀를 울리는 먹먹한 굉음에 목도리를 고쳐메고 야츠모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간다. 이 멍청이! 바보! 기억도 기반도 없는 인간을 끌고 나왔으면 너는 책임지란 말이다.)

별에서 낯 모를 것이 타들어가는 원소의 냄새가,
그리고 에테르가 휘몰아치는 형상이, 불꽃이,
귀를 찢는 듯한 높은 소리가 가 단조의 관악기 같은 투로, 알레그로 콘 브리오의 세기로 울려퍼집니다.

태양 마차를 잘 못 몰아 지상에 불을 질렀다던 신화의 파에톤처럼. 행성 파에톤에서 떨어진 유성의 궤적이, 카메라에 담긴 지상에 재앙을 가져옵니다.

이치지쿠, 이성 판정

大海原九

cc<=60 이성체크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

추격 라운드가 진행됩니다.

건강 대항 판정

大海原九

cc<=45 건강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5 > 25 > 보통 성공

黒粋奴藻

cc<=65 건강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8 > 18 > 어려운 성공

1. 이치지쿠 > 야츠모 순서

2. 야츠모는 크툴루의 부름을 받았기에, 자신의 라운드에서 1칸씩 앞으로 이동하는 것 외의 행동을 하지 못합니다. 이치지쿠는 2개의 이동행동을 받습니다.
3. 이동행동을 1 소비할 때마다 1칸을 전진하거나, 장애물을 치우거나, [기능판정]이나 [행동 선언]을 통해 이치지쿠나 주변에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4. 야츠모가 검은 문에 도달하거나, 이치지쿠가 ■■ ■ ■ ■ ■ ■ ■ ■ ■ ■ ■ ■ ■ ■ 추격 라운드를 종료 합니다.

[ROUND 1]

大海原九

(라디오를 들고 먼저 야츠모에게로 가까이 달려가 본다. 여전히-이 정도를 드는 것도 조금 부담스러우니까. 말이 안 통하면 퍼포먼스라고, 멸망한 세계에서 기억이 없는 이치지쿠는 가장 먼저 배운 것이다.)

이동행동 -1, 1칸 전진

大海原九

(그리고 손에 들린 라디오를-양손으로-힘차게 야츠모에게로 던져본다. 튼튼하니 이걸로 기절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치지쿠, 투척 판정

大海原九

cc<=20 투척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7 > 37 > 실패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던 검은 플라스틱 덩어리는, 야츠모가 아닌 애먼 얼음 바닥을 향해 떨어집니다.

그러나 헛된 노력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라디오가 떨어진 곳부터 얼음이 깨져나갑니다.
방사선 모양으로, 유리나 거울이 연쇄적으로 갈라지듯 발 아래에서 우주의 조각이 부서집니다.
그러면, 귀를 찢을듯 고막을 때리던 빛의 기류가 천천히 잦아듭니다.
웅웅거리는 진동은 여전합니다만, 자신의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만들던 소음은 사라집니다.
이동행동 -1, 화상의 파괴 1단계

黒粋奴藻

(뒤에서 들리는 둔탁한 충격음, 파편이 조각나는 소리에도 잠시 걸음을 멈출 뿐 돌아보지 않는다. 앞으로 향한다.)

이동행동 -1, 1칸 전진
[ROUND 2]

大海原九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어차피 불러도 소용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르거나 하는 이유는 아마 모든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게 그것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더해서, 당장은 앞으로 가는 것 정도.) 쿠로이키 야츠모! 어딜 가는 거야, 너? 그게 뭔 줄 알아?!

이동행동 -1, 1칸 전진
별이 끔찍하리만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일렁입니다.
시야가 흐려지고, 공간의 원근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야츠모도, 문도,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있다가도 눈을 깜빡이면 저 먼 곳에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만화경처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신기루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현기증으로 가득합니다.
> 별빛은 이치지쿠에게 구토를 유발하는 신기루를 안겨줍니다. 건강 판정에 성공하거나 이동행동을 1개 소모하지 않는다면 이 구간을 지날 수 없습니다.
이치지쿠, 건강 판정

大海原九

cc<=45 건강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2 > 82 > 실패

黒粋奴藻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드디어 닿았는지 잠시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시선은 꽤 먼 곳, 어쩐지 이치지쿠가 아닌 저편을 향한다.)

大海原九

(잘 더듬어 보면, 기반이 없는 사람에게 위아래의 풍경이 똑같아 허공에 뜬 것처럼 느껴지는 이곳은 기분이 나쁜 곳이었다. 그러니까 이곳에 그리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 제대로 서 있는가? 토할 것 같다. 바닷속에 들어온 것 같은 풍경에 반사적으로 이치지쿠는 수조를 떠올리고, 구역질을 삼키느라 배어나온 식은땀을 닦아낸다.)
...어딜 보는 거야? (현기증. 구역질은 참지 못하고 밀려나와 투명한 바닥 위로 떨어진다. 신음 사이로 이치지쿠는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 조소했다. 말했잖아. 돌아가자고는, 네가 말했던 것이다.)

黒粋奴藻

(야츠모의 눈과 귀에 저를 쫓아오는 누군가의 모습이, 외침이나 조소가 닿았을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시선이 잠시 땅으로 떨어지고, 고개가 다시 앞을 향해 돌아간다.)
(그리고, 나아간다.)

이동행동 -1, 1칸 전진
[ROUND 3]

大海原九

(구역질은 잠시 이후 가라앉는다. 토하는 건 체력을 쓰는 일이다. 조금 떨리는 한 발짝을 내딛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너 같은 거... 문득 중얼거리길 그렇다. 너 같은 거 정말 싫어. 이럴 거라면 왜 돌아가자는 말 같은 걸 한 거지? 왜 그때 잡는 짓 같은 걸 해서.)

그럼에도 이치지쿠 역시 앞을 향합니다.
이동행동 -1, 1칸 전진

大海原九

(다시 다가간다. 이치지쿠는...마치 들으라는 듯이 야츠모의 험담을 이어가면서 걸어갔다. 예를 들면 바보가 어떻고, 인간이 우유부단하다, 패션에 걸치기까지 불합리한 트집이 수없이 나온다.)

이동행동 -1, 1칸 전진
머리 위에서 거대한 별이 점멸합니다. 그리고 걸음을 걸을 때 마다 점멸하는 별이 밟힙니다.
우리는 마치 우주 속을 여행하는 여행자 같네요.
별과 별을 여행하기 위해 육체를 버려야 했던 어린왕자처럼, 어쩌면 우리는 시시각각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리에 위치한 별에게서, 위대한 옛 것의 광기가 흘러나옵니다.

그 광기는, 야츠모가 문 너머에서 보고 있는 시야를 깨달을 수 있는 통찰 역시 가져다 줍니다.

이치지쿠는 알지 못하는 낯선 장소가 보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어둡습니다. 밤이네요. 바깥의 지면보다 별이 더욱 많이 보이고, 달이 가까운 걸 보아하니 고층 건물의 내부인 모양입니다.
이어서 같은 건물로 추정되는 옥상의 한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고, 그 뒤로는 답지 않게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전부 낯설고, 어색하고, 처음 보는 것들 뿐이지만... 조금은 그리운 것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익숙한 수족관이 눈에 비칩니다.
정적 속에서 말을 거는 건, 다름 아닌 이치지쿠, 당신입니다.
> 흘러나오는 위대한 옛 것의 사념이 이치지쿠에게도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이치지쿠는 야츠모의 꿈, 바라는 소원 일부를 목격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습니다.

이성 판정

大海原九

cc<=60 이성체크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 > 8 > 대단한 성공

1D4 (1D4) > 4

이성 4 감소

system

[ 大海原九 ] 이성 : 59 → 55

黒粋奴藻

(같은 퐁경을 보게 된 걸까. 제자리에 멈춰 선다.)

[ROUND 4]

大海原九

(잠시 말은 끊긴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화상, 이어지는 경험은 타인의 것처럼 느리게 부유하다 정착한다. 다시 걸음을 옮겨 같은 위치에 서 검은 문 너머의 같은 풍경을 한 번 응시하고, 이치지쿠는...야츠모의 다리를 후려갈긴다.)

이동행동 -1, 1칸 전진
이치지쿠, 근력 판정

大海原九

cc<=35 근력 (1D100<=3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실패

겨우 같은 위치에서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발길질에도 상대는 쉽게 넘어지지 않을 작정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 찰나, 휘청이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大海原九

이럴 때만 쓸데없이 튼튼하지, 넌? (그러나 휘청이는 것은 보았다. 이치지쿠는 헤메이던 때의 기억에서 느낀 짜증과 이 곳에 온 뒤의 모든 일들-말하자면 기억이 있었다면 절대 언급하지 않았을 몇 가지 진실에 대한 분노를 담아 휘청인 다리의 무릎 뒤를 걷어차고, 상체를 부딪혀 바닥으로 밀쳐냈다. 잠시 숨이 멈춘다.)

黒粋奴藻

(멍하니 문 너머를 보던 시야가 뒤집히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눈 앞에 지면이, 직후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자 뒤통수가 가볍게 얼음 바닥에 떨어진다. 자연스레 밤하늘이 눈동자에 들어찬다. 파괴적이군.) ...우주는 ...꼭 바다 같이 생겼네.

야츠모의 몸이 넘어지며 거울 위로 큰 충격이 가해집니다.
물결치듯, 혹은 거미줄이 퍼져나가듯 얼음 위로 얇고 긴 균열이 생겨납니다. 흔들리는 공간과 시간, 일렁이는 시야가 마치 날씨가 개인 듯 한 번에 사그라듭니다.
원래대로 돌아온 원근감, 맑고 깨끗한 시야.
이동행동 -1, 화상의 파괴 2단계
> 이치지쿠에게 이동행동을 추가로 1개 더 지급합니다.

大海原九

(이전에도 그랬지만, 한번 무너졌던 세상을 살아가며 생긴 습관에는 늘 칼을 상비하는 것이 있었다. 이치지쿠는 쓰러진 야츠모를 깔고 앉아서, 잠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가, 칼을 들어 얼굴 옆을 내리찍고 조금 얼얼한 손을 뗀다. 어쩌면 익숙하기까지 할 부드러운 미소다.) 그래,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새삼스레 너도 바다가 그립고 애틋해졌어?
그럼 말야. 같이 갈까?

黒粋奴藻

(머리 옆으로 칼날이 내리꽂히는 상황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허나 마냥 잔잔한 낯도 아니다. 이치지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얼굴 위로,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 ... 비켜.
문 너머로 보였어... 멸망도, 바보같은 질병도 없는 세계가 있었다니까. 거기에서는 폐병원 같은 걸 찾을 필요 없어. 수조를 찾을 필요도 없고.
대신 내가 찾는 네가 있었지. (팔 뒤꿈치로 지면을 지탱하며 천천히 상체 일으킨다.)

이동행동 -1, 화상의 파괴 3단계

黒粋奴藻

cc<=75 근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黒粋奴藻

(억지로 밀쳐내고, 몸을 일으키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칼날이 스치거나 상처를 입는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 다음, 잠깐의 틈이라도 생긴다면 문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

이동행동 -1
[ROUND 5]

大海原九

(휘청이며 그 위에서 미끄러진다. 그러나 기억할 것이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 자신과 닮은 자신이 아닌 것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왔던가. 손이 다시 얼음을 찍은 칼의 손잡이를 쥐고 잡아당긴다. 얼음이 긁힌다. 조심성없이 내딛은 발에 빙판이 깨진다. 이전에는 지나가는 누군가, 혹은 아무래도 좋을 누군가에게도 날카롭게 반응한 일이다. 애석하게도 당신은 그런 아무래도 좋을 누군가'에서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치지쿠는 일어난 야츠모의 옆에 서서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네가 찾는 나 같은 건 환상이야.

大海原九

벌어진 일을 없던 셈 치지는 못해. 현실은 언제나 불만족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꿈을 꾸고, 소원을 비는 생물이지. 네 소원은 잘 알았어, 소년.
현실에 있는 내가 아니라 네가 빈 허상을 선택할 거라면, 여기서 죽어! 네 바보같은 짓에 어울릴 바에는 이 편이 나아. 혼자 남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 얼마나 잘 살아갈 수 있는지 저편에서 내기라도 하면서 보고 있으면 돼. (이치지쿠는 정확하게 심장을 노린다. 그 취미활동이며 살아온 궤적들이 도움이 되는 건 항상 이럴 때 뿐이다.) 물론 나는 이미 전에 결과를 알려줬지만.

黒粋奴藻

(날이 긴 선을 그리며 얼음에 자국을 남기는 것도, 이치지쿠가 얼음을 딛고 일어서는 것도 전부 똑바로 보고 있었다. 두 발이 완전히 지면에 붙자 이제는 제 쪽에서 다시 멀어질 준비를 한다. '네가 하는 말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듣고 싶지 않다'는 대꾸가 행동으로 드러난다. 적어도 입으로는 그리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슨 탓인지 밖으로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黒粋奴藻

(하지만 첫 걸음을 채 내딛기도 전, 어쩌면 '바보는 너야'라며 겨우 한 마디 중얼거린 직후에 다시 한 번 넘어지고야 만다. 심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칼을 붙잡으려다 일어난 불상사. 칼날이 장갑 너머를 파고든다.)
(칼을 쥐는 손에 힘을 주고, 밀어내기는 커녕 제 심장 쪽으로 당기며 몸을 뒤집는다. 이치지쿠를 내려다 본다.)
그거면 돼?

大海原九

(하늘이 뒤집힌다. 쓰러져 칼날이 잡히고 도리어 나아가던 방향으로 더 당겨졌을 때, 이치지쿠는 눈앞의 인간이 아마도 제정신이 아님을 인지하면서도 기어이 수긍하고 만다. 불합리한 짜증. "그래." 그래! 갈 거라면 그냥 아주 죽어 버리라지. 근본적인 부정. 거기에서 말이 끝나지 못한 것은, 기억이 없는 사이 얹어진 관계의 층 때문이다. 그것이 이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하면서도 이 행동과 사고와 언어를 가속시킨다.)
이제 지긋지긋해. 바다 같은 풍경에 수조가 다시 떠오르는 것도, 물게 잠기려 들지 말라면서 꺼내놓고 이런 거에 휘둘리는 행태도 짜증나고,
(기어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돌아가자고, 스스로 말했던 주제에... (원해서 제정신이 아니게 된 것은 아니지. 알고 있어. 하지만 알면서도 짜증을 내는 것은...) ...
(좋아, 인정하자. 이치지쿠는 칼을 쥔 손에서 천천히 힘을 푼다. 인정해 주도록 하자. 이 내가 기대를 하고야 말았다는 걸. 그것이 관계이든 미래이든, 반복해서 꿈과 기대를 가지느라 돌이킬 수 없어지는 멍청하게 인간다운 행동을 했다고. 그게 본의 아니게라도 깨어진 것에 심하게 상처입고 말았다는 것을. 어느새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러다 너머로 보이는 빛무리가 눈을 찔러와 문득 웃음을 터트린다.) ... 무책임하긴!
(기어이 이 말을 돌려주고서야 주머니에 남아 있는 핸드폰을 더듬어 잡는다. 꽉 움켜쥐고 내던져 얼음으로 된 바닥을 깨뜨린다. 뒤집힌 말이 튀어나온다. 말하자면, 결국 믿었기 때문에...) 이제 너 같은 건 믿지 않을 거야. 정신 차려, 이 멍청아.

黒粋奴藻

(이치지쿠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에 몸 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더 견고해진다. 추운 날씨라는 사실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평소보다 비교적 두터온 천쪼가리가 칼 끝을 조금이나마 막아냈으나 그 짓도 오래 가지는 못한다. 맹목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들던 인간이 이제는 죽겠다며 목숨을 내다 버리는 꼴이라니. 아주 작은 상처에서부터 붉은 피가 축축하게 옷을 적신다. 까만 옷이 더 까맣게 물들어간다.)
나도 지긋지긋해. 뭐든 하나에 이렇게까지 얽매인 적은 없었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아냐? 네가 그랬잖아, 중요할 때 욕심 부족한 새끼라고. 그게 맞아. 괜한 일에 열중하면 피곤해질 뿐이지. 게다가 상처만 입히고, 뭐든 원하는대로 일어나는 법이 없고...
(분명 그랬다. 돌아가자며 붙잡은 것도 자신이었고, 다시 이 무대 위로 끌어올린 것도 자신이다. 결국 욕심을 부리고 만 것이다. 그러지 않는 편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흘러가는대로 살게 두는 편이 이롭다는 건 아주 어릴적부터 알고 있었던 주제에.)

黒粋奴藻

(다른 손의 힘이 빠지는 순간, 야츠모의 손 역시 칼을 놓아버린다. 어느새 옷 너머로 고여버린 핏방울이 툭 아래로 떨어진다. 투명한 무언가도 같이 턱 끝에서 떨어져 차가운 바닥 위에서 식어간다. 다음 순간 들리는 무책임하다는 외침과 얼음이 부숴지는 소리.)

黒粋奴藻

답지 않은 짓은 하면 안 됐던 거야. (말은 이치지쿠를 향했다. 작게 중얼거린 탓에 도리어 자신의 귀에 새겨지기만 하였으나.)

黒粋奴藻

아무것도 모르는 쪽은 나였던 모양이지.

이동행동 -1, 화상의 파괴 최종 단계

───6. Sunrise tour───
오전 5시

...별빛이 갈라집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걸음은 왜 매번 이렇게 힘이 드는걸까요?
이 과정은 언제나 서로에게 상흔을 입힙니다.
때로는 알지 못하는 낯선 사실을 깨달아버려, 이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해답을 알 수 없음에도,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혼자서는 거대한 두려움 앞에 무력하기에, 다시금 다가갑니다.
차갑고 단단한 것이 깨지는 소리가 발걸음마다 울려퍼집니다.
금은 얼음의 결을 따라, 원래 이 곳에 불어왔던 부드러운 순풍의 방향을 따라 발길이 닿지 않은 아주 먼 지평선까지 퍼져나갑니다.
자존심 강한 사람이 패배 할 때 처럼, 얼음은 깨어지는 순간 자신의 모든것을 부숩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가리지 않는 상대방의 본심을 마주하는 것은 껍질을 깨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갈라짐이든 그 처음은 아주 작은 발걸음…
이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좋습니다.
어떤 거대한 일이던, 시작은 작은 발걸음이라는 것을,
자신의 의지로 증명합니다.
"쨍그랑!"

그 발걸음이 쌓인 순간, 얼음은 무수한 조각으로 부서집니다. 얼음에 비치던 우주도, 별빛도, 매끄러운 표면과 같이 부스러집니다.

산란하는 별빛은 마치 우주의 파열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어느덧 우리의 앞에 피할 수 없는 두려움처럼 서 있던 문 역시, 가장 아래부터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원시의 위대한 것을 재림시키던 별의 위치가 사라지면 이 차원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도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습니다.
검은 문이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 안, 금이 낸 가늘고 얇은 틈으로 희미하고 밝은 청보라빛이 스쳐지나갑니다.
그 빛이 별의 윤무를 연상 시킵니다.
반사적으로 몸을 굳히는 순간… 발걸음에서부터 시작해 얼음을 지나, 문을 가르는 금이 번집니다.
금은 나무의 뿌리나, 가지가 뻗듯 끔찍한 부조와 문을 가릅니다. 조각난 공포들이 부서져 내립니다. 부조의 잔해들은 깜빡, 깜빡 흔들리고 일그러지면서 낙하합니다.
이 차원의 것이 아닌 것들은 얼음 아래로, 원래 자신이 존재했을 법한 르뤼에의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몇천만년 뒤, 누군가 어떤 우연으로 별의 위치를 맞추어 갈 때를 깨어있는 잠으로 기다릴 것입니다.
부서진 문 너머로 빛나는 것은, 무수한 유성.
자신의 몸을 부숴 흩어지는 혜성 파이톤의 잔해들이, 하늘을 청색과 보라빛으로 수놓습니다.
불타는 대기가 유성의 마지막을 화장합니다.
그 광경이 산산히 부서진 얼음 수십, 수백개의 조각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빛납니다.
우리가 줄곧 찾아오던 별의 꼬리들이, 우리의 얼굴, 차체, 소금사막의 얇은 얼음 위로 스쳐지나갑니다.
문득 야츠모가 입을 엽니다.

黒粋奴藻

...이걸, 사진으로 찍으려고 했었는데.

환상적인 별의 마지막을 목도합니다.

大海原九

(저편의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목도리의 끝으로 칼이 찌른 부근을 꾹 누른다.) 소원 말이야, 빌 건가?

黒粋奴藻

(아야. 잠시 궁시렁대기도 하고,) ... ...
이대로면 됐어.

大海原九

...흐음, 그래.
(시선이 야츠모에게 머무른다. 지나간 물기를 바라본다.) 왜 네가 그런 표정이야.

黒粋奴藻

...왜.
뭐...

大海原九

그럼 억울하잖아, 내가... (잠시 눈을 감는다. 대화를 반추한다. 이런 순간에, 깊이 남은 것은 서로 상처뿐임을 알면서 그렇기에 마음에 들어버리고 만 구절이 있다.)
다들 용케도 여기저기 얽메여 살고 있단 말이지. 야츠모 군, 알아? 그렇게 얽메이고 나면 쉽게 버릴 수도 없어. 그게 네 문제든, 다른 쪽 문제든. 누구나가 '전부 버리고 이곳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어느 순간에는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그게 언젠가 상처가 되고 부담이 되는 것 때문이다. 분명 그래.
그런 주제에 혼자는 외롭다니, 주제도 모르는 생물이 다 있지. (그리고 이치지쿠는 팔을 뻗어 야츠모를 가볍게 끌어당겨 머리를 감싸안는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아마 나도 그러할 것이다.)

大海原九

너는 돌아가자고 했지. 내가 잡은 건 그거야. 잊으면 죽일 거야.
(손은 가볍게 머리카락을 고르듯 쓰다듬는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언뜻 웃음소리가 들린다.)

黒粋奴藻

(감싸안는 손길에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진다. 웃음소리가 들릴 즈음에는 긴장도 같이 풀어진 탓에, 툭. 버티고 있던 자세 고스란히 이치지쿠의 상체 위로 떨어지고 만다.) ... 그건 너도 마찬가지면서. 전부.
(남아있던 피가 깨끗하던 옷까지 더럽힌 것 같지만... 뭐, 중요치 않다. 그래도 이건 꽤 무거울 텐데. 이제는 이쪽이 팔로 감싸 자신도 일어나고, 이치지쿠도 그대로 일으킨다.)
(다 깨져버린 바닥에 주저앉는다.) 나 믿지 마. (나름 진지한 얼굴...)

大海原九

(몸이 뒤로 젖혀질 뻔 해 조금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가,) 꼭 내가 전에는... (믿은 것처럼 얘기하네, 라고 하려던 입을 다문다. 이 모든 난리를 보내고 나서, 그럼에도, 그 한 마디가 여전히 반추하던 마음에 들어서 돌연 상냥하다. 적어도 반대되는 말을 굳이 내뱉지는 않을 정도론.) ...뭐, 그래. 그리고?

黒粋奴藻

그래도, (괜히 목 언저리 긁적인다.) 나쁜 기억력으로 최대한 뇌에 새겨줄 테니까. 뭐어. 적어도 네가 죽이겠다고 선언한 이상... 당장을 잊으려 해도 못 잊을 것 같은데. 여기, 다른 의미로 새겨지기도 한 마당에? (이것도 유머랍시고 심장 부근을 엄지로 가리킨다. 켁, 뒤늦은 앓는 소리를 내뱉어주기까지.)

大海原九

(팔을 조금 풀고 야츠모를 내려다본다. 얼핏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 흉터 남겨놔. (그리고 잠시 뜸.)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도리어 믿어 주고 싶어지는 거 있지...? (질책한 것과는 상반되게 무책임한 말이다.)

黒粋奴藻

봐, 무책임하다니까. (검지로 이치지쿠 코 끝 가볍게 튕긴다.)
정말 평생 남을 것 같거든... ...

大海原九

(코끌을 가볍게 찡그렸다가 만다. 가벼운 코웃음소리. 부러 상냥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 잘 됐네.
이제 추워. 들어갈래. 네 상처도 처치는 해야 하고, 피가 굳기 전에는 갈아입는 게 좋겠어.

黒粋奴藻

아... 그렇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팔을 전부 풀고 스트레칭을 한 번.)
(두 사람이 걷고, 뛰고, 부딪히며 지나온 길들을 새삼스레 돌아본다.) 이제-.
... 서로 따라잡느라 고생할 일은 덜할 것 같지?

大海原九

(맞춰서 팔을 풀고 이제야 다시 얼얼해진 손을 가볍게 쥐었다 편다. 내던진 핸드폰은 회생 불가능하려나.) 노트북에 있는 사진, 현상할 거야?

黒粋奴藻

(저 멀리 휴대폰이 떨어진 자리에 잠시 시선 둔다.) ...
그럴 작정이었는데. 왜?

大海原九

흐음, 그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 박자 미뤄뒀던 수긍이다.) 그럼, 좋아. 다시 한 번 고생할 일이 적어진 걸 축하해, 소년.

黒粋奴藻

...하. (힘 빠진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실실거리기는.) 그렇~다면... 됐네. 응. 그게 여행 목적이었으니까.

발 아래의 물은 이제 고요합니다.
가장 투명한 거울 위에서, 빛나는 별의 잔해 속에서.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필사적인 걸음 끝에 남은 속살입니다.

모든 것을 비추는 광대한 거울 속,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大海原九

(고개를 돌리자 시선이 바닥의 호반을 스친다. 피는 묻어 있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아직 온전하지 못한 속 때문에 안색은 더 창백하다. '정말 난리도 아니군.' 그 중에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걸 골라야 한다면, 고작 한마디에 풀린 인간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좋아. 그걸로 됐어. 나는 인간이다. 변덕스럽고, 원한 것에 불필요하게 상처받고, 밀어낸 걸 원하고, 조금도 아름다운 방식을 고르지 못해 할퀴는 걸로 고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딱 좋지 않은가, 어차피 엉망인 세상인데.)

...
유성우가 수놓는 하늘 너머, 검은 문이 자리하던 자리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시작됩니다.
일출입니다.
지평선을 밝히는 빛과 함께, 유성은 새벽 별이 뜨는 남색의 하늘 사이로 천천히 잦아듭니다.
동시에, 지평선 반대쪽에서 깜빡깜빡,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무리가 있습니다.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량 위, 낯선 남자가 예의 그 이상한 통신 장비를 목에 건 채 이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는 것은, 그리고 별과 일그러진 잔상이 가득한 카메라에 가득 담긴 것은,
장대한 일출을 등 진 두 사람의 그림자,
그리고,
두 '인간'의, 지금 순간 만큼은 그 누구보다 후련한 표정…
────── Ending 1.──────
가장 투명한 거울 위에서, 숨길 수 없는 자신을 마주하세요.
[조건] 야츠모가 문에 도달하기전에 사진의 화상을 파괴한다.

[생환 보상] 야츠모와 이치지쿠는 생환 보상으로 2d5의 이성을 회복합니다.
둘은 이치지쿠가 야츠모에게 다가간 잔상과, 마지막에 해를 등지고 있는 모습이 알아보기 힘들게 찍힌 필름 사진을 한 장 추가로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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